“궁금해요. 생모가 나랑 닮았을지, 결혼은 했는지, 나한테 언니나 동생이 있는지….”
28일 방한한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단원 중에는 미국 입양아 출신의 발레리나가 있다.
군무 무용수로 활약 중인 남지연(미국명 제니퍼 월렌·23) 씨.
생후 3개월 만에 미국인 가정에 입양됐던 그가 31일∼8월 3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ABT 내한 공연에서 군무 무용수로 무대에 선다. 아직 주역은 아니지만 세계 3대 발레단의 하나인 ABT에 입단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입양 뒤 한국 땅을 밟는 것은 처음이에요. 양부모님이 일곱 살 때 제게 발레 ‘코펠리아’ 공연을 보여주셨는데 그때 발레에 푹 빠졌어요. 그날로 발레학원에 등록했죠.”
그는 외동딸로 양부모 사랑을 듬뿍 받았지만 항상 생모에 대해서는 궁금했다고 말했다.
그가 소중하게 간직해온 동방사회복지회 명의의 입양 서류에는 ‘85C-283’이라는 입양번호와 ‘대한민국 서울’이라는 출생지, ‘1985년 1월 18일 오전 9시 44분’이라는 출생 시간이 적혀 있다.
남 씨는 생모의 이름을 아느냐고 묻자 “생모의 이름과 나이를 적는 칸에 ‘남승철, 18세, 세 자매 중 막내’라고 적혀 있다”고 답했다.
“(생모에 대해) 원망하는 마음을 가졌던 적은 없어요. 나를 낳았을 땐 겨우 열여덟 살이었잖아요. 어쩔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좋아서 시작한 발레이지만 무용수로서의 삶이 쉽지는 않았다고 했다. 10대에 프로 무대에 서면서 심적 부담과 육체적인 어려움 때문에 발레를 포기하려고 했다.
남 씨는 “내가 좌절했을 때 양부모님이 언제나 용기를 불어넣어 줬다”며 감사의 마음을 표시했다.
돌솥비빔밥 갈비 김치 소주 같은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는 그는 “한국에서 나와 같은 한국 사람들을 만나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다는 기대에 흥분된다”며 즐거운 웃음을 지었다.
서른 살 이후엔 무대에 서는 게 아니라 교사가 되고 싶다는 남 씨. 몸의 언어가 표현하는 영역이 가장 자연스러울 때가 서른 살까지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2002년 ABT에 입단했고 내한 공연 중에는 31일 오프닝 갈라 공연 중 ‘에튜드’, 8월 1∼3일 발레 ‘돈키호테’에 출연한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