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자연과… 행복했던 40여년

  • 입력 2008년 8월 7일 03시 05분


‘섬진강 시인’ 김용택 씨 퇴임 앞두고 동시집 출간

“아이들과 자연 속에서 신나고 재밌게 놀았던 체험들, 내가 가르친 아이들이 간직한 아픔들, 그 모두를 동시로 쓰고 싶었어요.”

시인 김용택(60·사진) 씨가 40여 년간 교직생활을 마무리하는 동시집 ‘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창비)를 펴냈다.

1970년 교사로 첫 부임을 한 그는 자신의 모교이기도 한 전북 임실군 덕치초등학교에서만 25년 남짓 교편을 잡았다. 모교에 오래 머물다 보니 지금 가르치는 학생들의 아버지 어머니 중에도 김 씨를 거쳐 간 학생이 많다.

그는 “항상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는 아이들 곁에서 평생을 지낸 것이 시를 쓰는 데 많은 영향을 준 것 같다. 아이들에게서 삶과 세상의 신비감, 새로움을 배웠다”고 말했다.

학교 화단에/보리가 자랍니다.//다해는 보리를 보고/“야―파다.”//수현이는 “야―마늘이다.”//재석이는/“야―고구마다.”//“뭐?”//“그러면 감잔가?” (‘보리’)

이번 동시집엔 시골 학교 운동장에 반 아이들과 함께 뛰어나가 겪었던 웃음 나는 일화들뿐 아니라 결손가정 아이들의 아픔을 담아낸 것도 있다. 그는 “이런저런 일을 겪은 후 시골 할머니 집에 홀로 보내진 아이들에겐 슬픔이 머리꼭지까지 차 있다”면서 “동시를 쓰며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그는 “막상 퇴임을 앞두고 보니 잘했던 것보다 잘못했던 일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아이들에게 사랑과 열정을 더 많이 쏟으며 지냈어야 했는데 아쉽고 불안하고 주저하는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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