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만날 시간이 되니 많이 긴장되네요.”
까만 피부에 밝은 미소가 매력적인 에밀리 김(23·여) 씨는 문에 들어서기 전 크게 심호흡을 했다.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한사회복지회 서울영아임시보관소. 태어나 처음으로 고국을 방문한 그녀는 이날 처음으로 ‘키워준’ 어머니를 만났다. 미국으로 입양되기 전 자신을 3개월가량 길러준 한국인 ‘위탁모’를 만난 것.
23년 만의 첫 만남에 다소 어색해하던 김 씨와 위탁모였던 안용예(61·여) 씨는 이내 미소를 되찾고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눴다. “애기 때는 통통했는데 지금은 매우 밝고 예뻐졌다. 내가 해준 건 별로 없지만 잘 커줘서 고맙다”는 안 씨의 말에 김 씨는 “어머니를 포함해 많은 분의 사랑 덕택에 지금의 행복을 누리게 된 것 같다”고 화답했다.
30여 분의 짧은 만남에다 통역이 필요했지만 두 사람은 금세 친근한 모녀 사이가 돼 있었다. 안 씨는 “좋은 양부모 밑에서 건강하게 자라줘 다행이다”며 “친부모도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이번 만남은 ‘대한사회복지회’가 추죄하고 ‘FedEx 코리아’가 후원하는 “해외 입양인들과 함께하는 ‘Welcome Home!!’ 모국체험 행사”를 통해 이뤄졌다.
20∼35세의 해외입양인 15명은 17일 오프닝 행사를 시작으로 24일까지 한국 문화를 체험하게 된다. 행사에 참가한 입양인들은 국내 대학생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서울 강동구 암사재활원 봉사활동, 청계천·인사동 방문, 김치 만들기 체험 등을 통해 뜻 깊은 시간을 보낸다.
20일부터 2박 3일 동안은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여행지를 선택해 전국을 방문하는 ‘테마 여행’이 계획돼 있다. 한 참가자는 “원래 여행을 좋아하는데 ‘태어난 나라’에서 하는 여행이라 더욱 기대된다”며 “한 장면도 놓치지 않기 위해 눈을 크게 뜨고 다닐 것”이라며 웃었다.
친자매는 아니지만 에밀리 씨와 같은 부모에게로 입양된 언니 세라(28) 씨는 “내가 태어난 한국이 어떤 곳인지 늘 궁금했다”며 “이번 기회에 ‘한국인의 피’를 직접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참가자 중 4명은 친가족을 만나는 시간도 가진다. 주최 측은 “입양인 모두가 친가족을 만날 수 없게 된 점은 아쉽지만 일부 참가자라도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