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는 항상 억척스럽고 망가진 모습을 보여줘야 ‘연기파’라는 칭호가 붙는 건가요?”
연극 ‘멜로드라마’에서 주인공 유경 역을 맡은 배우 김성령(41) 씨의 답이다.
최진실 김혜선 씨 등 동년배 여배우들이 최근 억척스러운 아줌마의 모습으로 호평을 받는 것에 대한 질문에 이은 답이었다. ‘대왕 세종’ ‘일지매’ 등에서 김 씨는 주로 단아한 여성 역할을 맡아왔다. 김 씨가 이번에 맡은 배역은 성공한 미술 큐레이터로 안정적인 부부 생활을 유지하면서도 연하의 프리랜서 작가 재현에게 구애를 받는 유경 역.
“제 나이가 되면 기로에 서게 돼요. 억척스러운 생활 연기를 하면 기회가 많아지는 반면 내 본래 캐릭터를 살리려면 경쟁이 치열하고 기회도 적죠. 4년 전 연극 ‘아트’에서는 망가지는 역도 해봤지만, 어려워도 여자로서 제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는 유경 역에 대해 “내 나이에 가장 자연스러운 배역”이라며 “결혼한 여자로서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자유롭지 못하고 욕망을 억누르는 삶이나 연하남과의 로맨스 등은 유부녀라면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소재들”이라고 말했다.
김 씨가 연기자로서 새로 주목받은 것은 지난해 영화 ‘궁녀’와 ‘가면’에서다. 스릴러인 두 작품에서 그녀는 카리스마 있는 배역들을 소화해 내며 호평을 받았다.
“16년 만에 찍은 영화였어요. 영화에 출연하고 싶었는데 번번이 기회가 무산됐어요. 출연 횟수는 적었지만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했더니 운이 따라준 것 같아요.”
그는 이번 연극의 출연진 중 나이가 가장 많다. 연출가 장유정 씨도 아홉 살 아래다. 김 씨는 “젊은 친구들의 자유분방함을 따라가는 게 어렵다”며 “연습 때 갑자기 즉흥극을 하자고 하는데 너무 힘들었다. 내 사고 방식이 얼마나 경직됐는지 알게 돼 마음이 참 아프더라”고 말했다.
공연은 추석 연휴에 쉬지 않지만 김 씨는 13, 14일 시가가 있는 부산으로 간다. 이 기간에는 더블캐스팅된 박소영 씨가 맡을 예정. “집안 분위기는 연기 활동에 호의적이지만 두 아이의 엄마이다 보니 명절만큼은 늘 가족과 함께 보내요. 어렵게 연습한 작품인 만큼 달을 보면서 연극 대박 나라고 기도하려고요(웃음).”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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