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국적을 가진 형제가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자원입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중부 전선의 최전방 백골부대에서 복무 중인 김유승(24), 규완(22) 이병 형제는 지난해 3월 태어나 처음으로 고국 땅을 밟은 뒤 두 달 전 군복을 입었다.
부모의 이민으로 남아공에서 태어난 형제는 자연스럽게 남아공 국적을 취득했지만 부모가 한국 국적을 갖고 있어 우리나라 국적도 동시에 보유하게 됐다.
남아공에서 중고교를 졸업한 뒤 형인 유승 이병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스쿨, 동생 규완 이병은 브리티시 인터내셔널 칼리지에 각각 입학했다.
이후 고국에서 군 복무를 하지 않으면 한국 국적을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들은 동반 자원입대를 결심했다. 병역 의무 이행을 모국 체험의 기회이자 형제애를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계기로 삼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군 생활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 연세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운 뒤 7월 22일 입대했다. 부모님도 형제가 전역할 때까지 고국에 머무르기로 했다.
백골사단 진백골대대에서 복무 중인 형제는 동료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한국어를 배우면서 군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부대 측은 전했다.
동생 규완 이병은 “멀리 떨어져있지만 한 번도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잊어본 적이 없다”면서 “군 복무를 마치면 남아공으로 돌아가 공부를 계속하려고 했는데 요즘은 고국이 좋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