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오페라는 듣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

  • 입력 2008년 9월 18일 02시 59분


유럽 오페라극장 주역가수 초청 갈라콘서트에 출연하는 베이스 심인성 씨(왼쪽)와 소프라노 손지혜 씨. 김경제  기자
유럽 오페라극장 주역가수 초청 갈라콘서트에 출연하는 베이스 심인성 씨(왼쪽)와 소프라노 손지혜 씨. 김경제 기자
국내무대 서는 유럽서 활동 베이스 심인성-소프라노 손지혜

“독일 사람들은 벤츠를 만들면서도 페라리를 타고 싶어 하죠. 바그너 같은 드라마틱한 오페라를 만든 그들도 이탈리아의 벨칸토 음색을 동경합니다. 알프스 산맥을 넘어 이탈리아 땅을 밟을 때마다 제 목소리도 변하는 걸 느낍니다.”(베이스 심인성 씨)

베이스 심인성(33) 씨와 소프라노 손지혜(27) 씨가 20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극장에서 유럽 오페라극장 주역가수 초청 갈라콘서트 무대에 선다. 심 씨는 지난달 한국인 남자 성악가로서는 최초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데뷔했고, 이탈리아에서 주역가수로 활동해 온 손 씨는 지난해 ‘조수미와 위너스’ 공연에서 유일한 소프라노로 초청받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1회 졸업생인 심 씨는 2001년부터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단 전속가수로 활동해 왔다. 밑바닥에서 시작한 그는 감기로 체온이 41도까지 올라가는 날에도 무대에 서는 등 성실함으로 인정받았다. 심 씨는 “고향이 시골(전남 여수)이어서 벼가 어떻게 심어지고 익는지 안다”며 “무엇이든 쉽게 따먹으려고 하면 인정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손 씨는 “오페라는 솔로 피아니스트같이 독불장군처럼 할 수 없다”며 “지난해 ‘조수미와 위너스’ 공연에 이어 유럽에서 주역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선배들과 함께 무대에 서면서 인간관계 면에서 많은 걸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심 씨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테너 롤란도 비야손과 함께 주역으로 출연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합창단을 포함해 200∼300명의 가수 중에 동양인이 혼자여서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오페라는 라디오로 듣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입니다. 성악가에겐 소리보다 캐릭터 연기가 더 중요해요. 성악가들은 보통 숨이 찰까봐 무대에서 잘 뛰지 않는데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비야손은 전력질주로 무대를 뛰어다녔어요. 헉헉거리며 하는 그의 노래는 평소 같은 미성은 아니었지만 리얼한 감동이 있었습니다.”(심 씨)

두 사람은 최근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심 씨는 최근 7년간 일하던 빈 국립오페라극장에 사표를 던지고 홀로서기를 선언했다. 이탈리아 밀라노 베르디 국립음악원을 졸업하고 5년간 로마, 밀라노, 코모 등에서 프리랜서 주역가수로 활동했던 손 씨도 최근 독일에서 전속가수로 활동하기 위해 거처를 옮겼다.

“회사원이 회사를 위해 일해야 하듯 전속가수는 극장을 위해 일해야 해요. 다른 극장에서 아무리 좋은 배역을 제의해 와도 개인적으로 응할 수 없지요. 처음엔 홀로서기가 불안했지만 독일과 이탈리아 등 6개 극장에서 출연 요청이 와 용기를 얻었어요. 이제는 극장이 아닌 저 자신에게 투자하고 싶습니다.”(심 씨)

“독일에는 아무리 작은 극장에도 한국인 전속가수들이 1, 2명씩 있는데 이탈리아에는 수천 명의 한국인 유학생 중 고정 일자리를 갖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모두들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미래 보장이 안 됩니다. 젊은 성악가에겐 전속가수로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독일이 좋은 것 같아요.”(손 씨)

이번 공연에서 심 씨는 ‘돈 카를로’ 중 ‘그녀는 결코 나를 사랑하지 않았네’, 손 씨는 ‘라 트라비아타’ 중 ‘아 이상해…, 그이였던가’ 등을 부를 예정이다. 소프라노 임세경, 테너 김석철, 베이스바리톤 최웅조 씨 등도 출연한다. 2만∼5만 원. 1588-7890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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