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이다. 1990년대 후반 15세 나이에 데뷔곡 ‘하늘색 꿈’으로 정상에 오른 박지윤(26·사진)은 2003년 섹시 콘셉트를 내세운 6집 앨범이 실패한 뒤 더는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2004년 드라마 ‘인간시장’에 출연했고, 올해 중국 합작 24부작 드라마 ‘비천무’는 14부작으로 축소돼 방영됐지만 반향을 얻지 못했다.
그가 다시 무대로 돌아왔다. 15일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에 오르는 뮤지컬 ‘클레오파트라’의 주인공 클레오파트라 역으로 무대에 선다.
‘밑바닥’을 경험해 봐서일까. 그는 지나간 실패에 대한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사람이 하는 일이 항상 잘될 수는 없는 거고 세상 기준으로 화려하게 히트치는 것만이 좋은 길은 아닌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원래 조울증도 있고 사진기를 만지며 집에 틀어박혀 있었다”며 그간 마음고생을 드러냈다.
복귀를 미룬 것에는 인터넷 악성 댓글(악플)도 한몫했다.
“너무나 당혹스러운 내용들이 떠돌아다니는 것을 보며 다시 나와서 활동하는 것이 두려웠고 연예계 생활을 접을까 고민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그들에게 보여지는 것에 신경을 쓰다 보면 내 인생이 너무 힘들어지겠다는 생각을 했죠.”
특히 그가 활동을 중단했던 기간엔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또래 가수 이효리 옥주현 등이 전성기를 누렸다. 잊혀진다는 두려움은 없었을까?
“저는 정상적인 성장기를 보내지 못했어요. 열세 살 때부터 일을 하며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고, 심지어 내가 뭘 좋아하는지, 왜 이 일을 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어요. 20대 초반이 되자 너무 지쳐 모든 것이 소진돼 버렸다는 생각이 들었죠. 원하지 않던 섹시 가수 콘셉트의 앨범은 실패했고…. 남은 인생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어요.”
그가 복귀 무대로 뮤지컬 ‘클레오파트라’를 선택한 것도 노래 때문이다.
“가수로 활동할 때의 목소리를 기억하는 동료 배우들이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어요. 저는 성악을 배워 두성과 가성을 섞어 쓰는 창법인데 더블캐스팅된 (김)선경 언니는 진성으로 지르는 창법이라서 부담이 되기도 하고…. 목소리를 키우려고 연습도 많이 해요. 조금은 다른 색깔의 캐릭터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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