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대회 출전…달리기와 인연… 적어도 환갑까진 뛰어야죠”

  • 입력 2008년 10월 20일 02시 56분


경주 동아마라톤 참가 15년 개근 박중순씨

“다음 주에 큰아들 결혼식이 있어요. 그래서 올해는 대회 출전을 거를까 고민하다가 매년 해온 중요한 행사인데 빠지면 안 되겠다 싶어 결국 나오게 됐네요.”

탄탄한 체격에 부드러운 미소가 인상적인 박중순(56·현대중공업 근무) 씨.

그는 경주 동아마라톤대회의 산증인이다. 1994년 첫 대회부터 참가해 19일 열린 올해 대회까지 한 번도 빼놓지 않고 15년을 개근했다.

특이한 것은 다른 대회에는 나가지 않고 오로지 경주마라톤에만 출전하고 있다는 사실. “연초에 1년 계획을 세울 때면 경주마라톤이 열리는 날짜를 맨 먼저 달력에 표시해둬요. 다른 일과 겹치면 안 되니까요.”

박 씨는 경주 마라톤 때문에 달리기와 인연을 맺었다.

“15년 전에 울산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단체 참가를 했어요. 덩달아 저도 처음 10km 부문에 나가게 된 거죠.”

당시 박 씨에게 마라톤은 생소한 분야였다. 마라톤에 대한 지식도 전무했지만 힘든 과정을 거쳐 결승선을 통과한 뒤 자신의 기록을 받아드는 성취감이 컸다고 그는 말했다.

대회 참가를 계기로 박 씨에게 달리기는 생활의 일부가 됐다. 그는 매일 오전 4시 40분이면 일어나 출근하기 전까지 1시간 정도 달리기를 하고 있다.

매년 10km 부문에 참가하다가 지난해부터 하프코스 도전을 시작했다.

“저는 달리기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지만 조금씩 기록을 단축시킬 때 얻는 즐거움에 대해서도 알아요. 10km에선 1시간 남짓 기록으로 시작해 48분대까지 줄였는데 더는 안 줄더라고요. 그래서 코스를 바꿨죠.”

그는 지난해 하프코스에서 1시간52분대 기록을 냈다. 이번 대회에선 출발 전 “1시간50분 이내에 들어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몸을 가볍게 만들기 위해 최근 한 달간 4kg 정도 감량했다”며 의욕을 보였다. 결과는 이번에도 1시간52분05초를 기록해 목표에는 못 미쳤다.

하지만 “달리기로 무엇보다 건강을 얻었다”는 그는 “적어도 환갑 때까지는 경주마라톤에 매년 참가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경주=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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