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던 바리톤 공병우(34) 씨가 11월 27∼3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베르디 오페라 ‘돈 카를로’(서울시오페라단)에 출연한다.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서울시와 동아일보사가 공동 주최하는 대회다.
프랑스 몽펠리에 오페라극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공 씨는 지난해 10년 만에 부활한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서정적 감성이 풍부한 목소리로 독일, 프랑스, 한국의 예술가곡과 오페라 아리아를 소화해 심사위원과 팬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그는 콩쿠르 이후 프랑스에서 오페라 ‘코지 판 투테’와 ‘사랑의 묘약’ ‘카르미나 부라나’ 등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해 왔다.
27일 만난 그는 최근 임헌정 씨가 지휘하는 부천시향과 함께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서 바람둥이 군인 벨코레 역을 맡아 수염을 텁수룩하게 기른 모습이었다.
“벨코레는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의 주인공처럼 바람둥이죠. 벨코레는 처음 나오자마자 아리아 ‘아, 어쩌면 저토록 아름다운가!’를 부르는데 어느 동네에 가서도 항상 여자를 유혹하기 위해 부르는 노래죠. 군인이란 언제 떠날지,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인생을 그냥 즐기는 단순한 사람입니다.”
‘사랑의 묘약’에서 코믹한 악역을 맡았던 공 씨는 ‘돈 카를로’에서는 불의와 대립하는 로드리고 역할을 맡아 180도로 변신한 캐릭터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오페라는 바리톤을 사랑했던 베르디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오페라다. 로드리고는 정치적 음모로 살해당하기 직전 아리아 ‘나의 마지막 날’을 비롯해 주인공 카를로(테너)보다 훨씬 많은 아리아와 2중창, 3중창을 소화해내야 한다.
“‘돈 카를로’에 나오는 배역은 다 실존 인물인데 로드리고는 베르디가 유일하게 창조한 캐릭터예요. 모차르트처럼 베르디도 작품에 자신의 분신을 심어 놓은 것 같아요. 이탈리아를 통일하는 과정에서 나라를 위하고, 친구를 위하다 죽는 로드리고는 베르디가 특별히 만들어 낸 인물입니다.”
공 씨는 “바리톤이 표현해야 할 로드리고는 힘으로만 불러서는 안 되며, 귀족적이면서도 유려한 목소리로 내면의 심리를 표현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오페라 가수로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공 씨는 “한국적 시선으로 재해석한 오페라 영화를 만들고 싶다”며 다소 뜻밖의 대답을 했다. 유럽 관객들은 요즘 오페라에서 지휘자의 음악해석, 연출자의 새로운 시각을 보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그들이 생각지 못한 동양적 해석을 보여주면 뜨거운 반응을 끌어 낼 수 있다는 것.
공 씨는 “영화로 제작된 오페라 ‘토스카’에서 알라냐와 게오르규가 출연한 것을 봤는데, 입은 벌리지 않고 연기만 하는 장면에서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며 “영화를 통한 자유로운 표현방식으로 오페라를 새롭게 재탄생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2만∼12만 원. 목∼토요일 오후 7시 반, 일요일 오후 5시. 1544-1887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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