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시각장애인이 6박 7일 동안 사하라사막 280km를 달리는 ‘지옥의 레이스’를 완주했다. 마라톤 선수 출신 40대 직장인이 그를 도왔다.
밤에는 안마사로 일하고 낮엔 마라톤을 하는 정운노(37) 씨와 2002년부터 6년째 시각장애인 마라톤 동호회를 지도하고 있는 안기형(45) 현대모비스 해외영업팀 과장이 주인공.
이들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이집트 북부 사하라사막에서 열린 제3회 사하라사막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서로를 끈으로 묶은 채 ‘아름다운 동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참가자들은 대회기간 중 하루에 생수 10L 외에는 외부 지원을 받을 수 없어 먹을 음식과 침낭 등을 넣은 배낭을 메고 뛰어야 했다.
이 대회는 낮 최고기온이 50도를 넘고, 1박 2일 동안 100km를 달려야 하는 구간이 포함돼 있어 ‘죽음의 레이스’로 불린다. 이번 대회에서도 참가자 200명 중 14명이 중도 탈락했지만 정 씨와 안 과장은 서로를 격려하며 사막의 모래 바람을 뚫고 결승선을 통과했다.
안 과장은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마라톤을 하면서 이들에게 장애인이라고 해서 두려울 게 없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며 “마라톤뿐 아니라 매사에 적극적인 정 씨에게 함께 도전하자고 제의했다”고 말했다.
마라톤 국가대표 출신인 안 과장은 2002년 시각장애인 마라톤 동호회를 지도하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정 씨를 처음 만났다. 이후 이들은 동아일보사가 주최하는 서울국제마라톤 등 국내에서 열린 크고 작은 마라톤대회를 함께 뛰며 호흡을 맞췄다.
정 씨는 “앞을 보지 못하는 내가 사하라사막을 달린다고 하니 주위에서 극구 말렸지만, 나 자신의 한계에 도전해 보고 싶었고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 과감히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 과장이 정 씨와 함께 사하라사막 마라톤에 도전한다는 소식을 접한 현대모비스는 항공료와 대회 참가비 등을 지원하며 이들의 도전에 힘을 보탰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