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이 연구]<8>음식문화 전공 주영하 한중연 교수

  • 입력 2008년 11월 24일 03시 01분


김미옥 기자
김미옥 기자
“유행 음식으로 사회변화 따라잡기

요즘은 100년전 레스토랑에 관심”

“요즘에는 포도주보다는 와인이라는 단어가 친숙해졌지요. 음식은 사회 변화를 읽는 바로미터입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주영하(민속학·사진) 교수는 음식 문화를 연구한다. 음식의 탄생과 유행 등을 통해 한 사회의 문화와 역사를 읽는 작업이다.

21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연구실에서 만난 주 교수는 동북아시아의 매운 맛 유행 얘기부터 꺼냈다.

“최근 서울과 일본 도쿄, 중국 베이징에서 매운 맛이 인기를 끄는데 그 맛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1980년대 지구화의 중심에 서면서 ‘혀에 불이 난 듯한’ 다국적기업의 핫소스가 들어왔어요. 이후 한류(韓流) 등의 영향으로 한국 음식의 ‘달짝지근한’ 매운 맛이 유행했고 최근에는 산초와 고추를 섞은 중국 소스인 마라(麻辣)도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한국은 1990년대 들어 지구화의 영향으로 핫소스가 본격적으로 유입된 것이 기존 매운 맛과는 다른 불닭의 유행으로 나타났지요. 중국에는 아직까지 핫소스의 영향은 미미합니다.”

그는 원래 중국 근현대사를 전공하려던 역사학도였다. 1986년 서강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유학자금을 준비하기 위해 식품회사에 취직한 게 음식 연구로 이어지는 전환점이 됐다. 회사에서 운영하는 김치박물관에 근무하면서 장지현 가톨릭대 명예교수와 윤서석 중앙대 명예교수 등 식품사와 한국전통음식연구의 원로들과 만나며 음식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음식이 가진 역사 문화적 배경을 파헤쳐 보자”며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대학원에 입학해 1993년 ‘김치의 문화인류학적 연구’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회사를 그만두고 1994년 유학을 떠나 1998년 베이징 중앙민족대 대학원에서 쓰촨(四川) 성 량산(凉山) 지역 소수민족의 전통식기 연구로 민족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주 교수는 이후 ‘중국 서남지역의 고추에 대한 초탐(初探)’, ‘식사, 기호, 민족음식: 음식에 대한 민속학적 조망’, ‘제주도 음식의 문화 콘텐츠화에 대한 일고’ 등 50여 편의 음식 관련 논문을 냈다.

그는 ‘음식의 전통’ 문제도 주목해 왔다. 전통이라고 알고 있는 것들 중 많은 부분이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것일 수 있다는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의 인식을 음식 연구에 적용한 것. ‘전통 비밤밥’에 대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그는 한국 음식과 관련된 포럼과 논문 등을 통해 ‘비빔밥의 유래는 조선시대 제사음식’이라거나 ‘비빔밥의 원조는 전주’라는 등 비빔밥의 전통에 관한 기존 연구를 반박했다. “비빔밥의 기원을 기록한 역사자료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으며 전주비빔밥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초였다”는 것이다. 그는 전통음식이나 향토음식을 지나치게 예찬하기보다 그 음식을 발전시켜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요즘 그가 관심을 두는 분야는 조선의 ‘레스토랑’이다. 그는 “일본인 요릿집을 본떠서 1909년 종로에 명월관이 생겨난 뒤 본격 등장한 게 근대적 의미의 음식점인 레스토랑이었다”며 “당시 레스토랑을 드나든 사람들과 그들이 즐긴 음식을 통해 근대 조선을 이해하는 책을 쓰고 있다”고 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 영상취재: 동아일보 사진부 김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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