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t get along without you(난 당신 없이는 살 수 없어요).”
22일 밤 12시 반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건물 지하. 턱시도 재킷을 차려입은 재즈 보컬리스트 박성연(62) 씨가 매력적인 목소리로 빌리 홀리데이의 ‘아임 어 풀 투 원트 유’를 불렀다.
이날 공연은 재즈클럽 ‘야누스’의 개관 30주년 기념 무대. 1978년 11월 23일 서울 신촌역 부근 시장통에 문을 연 지 꼭 30년이 되는 날이다. ‘야누스’와 함께 평생 재즈와 살아온 박 씨는 국내 최초의 재즈 음반 ‘재즈 앳 더 야누스’(1986년)에 ‘아임 어 풀 투 원트 유’를 불러 담기도 했다.
“쓰던 피아노, 앰프, LP판으로 신촌역 앞에 ‘야누스’의 문을 연 지 30년이 흘렀네요.”(박 씨)
노래를 부르던 박 씨의 목소리가 떨리자 피아노를 치던 신관웅 씨가 “울지 마” 하고 달랬다. 신 씨는 “공연할 곳이 마땅치 않았던 재즈 뮤지션의 갈증을 풀어주던 오아시스”라고 ‘야누스’의 역사를 소개했다.
이날 피아노 신관웅, 트럼펫 강대관, 색소폰 신동진, 보컬 김준 씨 등 1세대 재즈 뮤지션들과 웅산을 비롯한 후배 재즈뮤지션 2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공연했다. ‘야누스’가 문을 열 때 40대였다가 이제 70대가 됐다는 강대관 씨는 줄곧 파이프 담배를 물고 있다가 무대에 올라 ‘오텀 리브스’ 등 여러 곡을 연주했다.
30여 평 남짓한 ‘야누스’는 이날 20대부터 70대까지 100여 명의 팬으로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친구 2명과 함께 클럽을 찾은 이문영(75) 씨는 “‘야누스’가 신촌에서 대학로, 이화여대 후문, 강남구 청담동을 거쳐 2007년 말 서초동으로 장소를 옮길 때마다 찾아다닌 팬”이라며 “‘야누스’와 함께 나이가 들었다”고 말했다. 재즈 피아니스트 최연주(25) 씨는 “현재 활동하는 20대와 재즈 1세대가 함께 모이고 연주할 수 있는 곳이 ‘야누스’”라고 말했다.
“훌륭한 후배들이 많이 나왔어요. 하지만 가요 쪽으로 가거나 상업성에 눈이 밝은 후배도 있는데, 순수한 재즈를 지켜주기 바랍니다. 재즈는 제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죽는 날까지 노래할 수 있기를 빌죠.”(박 씨)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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