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현의 배우열전]<9>개성파 코믹 연기 박철민

  • 입력 2008년 11월 27일 02시 59분


25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동숭아트센터에서 만난 배우 조재현 씨(오른쪽)와 박철민 씨. 박 씨는 “감초 같은 재미가 나오면서도 나 아니면 할 수 없는 캐릭터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김경제 기자
25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동숭아트센터에서 만난 배우 조재현 씨(오른쪽)와 박철민 씨. 박 씨는 “감초 같은 재미가 나오면서도 나 아니면 할 수 없는 캐릭터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김경제 기자
“풍자에 해학 더한게 ‘늘근 도둑…’ 성공 비결

주연 욕심 없냐고요? 좋은역 오면 무조건…”

연극 ‘늘근 도둑 이야기’는 1년 동안 롱런하며 ‘연극열전 2’의 대표작이 됐지만 가장 캐스팅하기 어려웠던 배우가 박철민(41) 씨였다. 영화 ‘화려한 휴가’와 드라마 ‘뉴 하트’ ‘베토벤 바이러스’ 등을 통해 개성적인 연기를 보여준 그는 치밀하게 준비하는 배우다.

그는 이 작품의 비판 정신이 요즘 관객들에게 통할지 모르겠다며 한동안 출연을 고사했다. 끈질긴 설득 끝에 참여한 그는 풍자보다 웃음을 더해 박철민식 ‘늘근 도둑 이야기'로 재탄생시켰다. 이 작품은 좌석 점유율 108%로 인기를 끌었다. 2009년 1월 4일까지 서울 대학로 원더스페이스 동그라미극장. 2만5000∼3만5000원. 1544-1555

▽조재현=배우 박철민 하면 세 가지 전환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극단 ‘아리랑’ 시절이 하나고, 영화 ‘목포는 항구다’ ‘화려한 휴가’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것, 그리고 최근 드라마 ‘뉴 하트’ ‘베토벤 바이러스’로 대중에게 친숙해진 시기죠. 이전과 지금의 차이점을 느끼나요?

▽박철민=이전에는 어떻게 따뜻한 통닭에 삼겹살과 소주를 먹을 방법이 없을까 찾았다면 이제는 몇 마리도 사먹을 수 있는데 예전만큼 맛있지 않다는 게 변화죠.(웃음) 예전보다 힘이 떨어진 게 고민인데 요즘은 기교로 재미를 주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조=1월부터 했던 ‘늘근 도둑 이야기’는 큰 인기를 누렸고 지금까지 롱런하고 있어요. 비결이 뭐라고 생각해요?

▽박=김지훈 연출과 웃음의 극치를 맛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보자고 했어요. 옳고 그름으로 나뉘는 사회가 아니니까 풍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었죠. 풍자도 들어갔지만 대중과 신나게 술 따르고 노는 놀이식의 즐거움을 첨가한 것이 부담을 주는 웃음이 아니라서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풍자의 칼날보다는 해학을 살린 것이죠. 쉽게 말해 이번에는 늙은 도둑의 철없는 행위를 재미있게 부각시킨 거죠.

▽조=조연에는 주연과 함께 가는 ‘플러스’ 성향의 캐릭터가 있고 반대 경우인 ‘마이너스’ 성향의 캐릭터가 있어요. 박철민 씨는 ‘뉴 하트’까지만 해도 플러스적인 역이었지만 ‘베토벤 바이러스’에서는 바뀌었던 것 같아요. 요즘 자신의 역할이나 연기에 대한 고민이 있나요?

▽박=플러스 캐릭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어요. 나를 주목했던 사람들이 ‘늘 저런 역할의 배우’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고요. 신선한 매력을 줘서 다양하고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가 있잖아요. 제가 완성하고 싶은 것은 임현식 변희봉 선생님처럼 독특한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드는 능력이에요. 감초 같은 재미가 나오면서도 저 아니면 할 수 없는 캐릭터를 꿈꾸는 거죠. 이 때문에 요즘 고민이 많아요.

▽조=배우로서는 드물게 대학(중앙대) 총학생회장 출신이에요.

▽박=아, 정확히 하면 직무대리이고, 단과대(사회대) 학생회장이었죠. 당시 연극반에서 두 작품을 했는데, 연극학과 작품도 아닌데 1200석이 꽉 차는 대박을 터뜨린 거예요. 일반 학생들 사이에 유명해져서 엉겁결에 학생회장까지 나가게 된 거죠.(웃음)

▽조=어느 인터뷰에서 주연 욕심이 없다고 하던데, 연극에서는 주연을 하잖아요. 솔직한 표현이 아니지 않나요?

▽박=그래서 끝에 “좋은 주연 역이 들어와도 안 하겠느냐”고 되물으면 “무조건 한다”고 덧붙여요.(웃음)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 박철민씨는

△1966년 4월 12일 광주 출생

△1989년 연극 ‘껍데기를 벗고서’로 데뷔

△연극 ‘대한민국 김철식’ ‘늘근 도둑 이야기’, 영화 ‘화려한 휴가’‘스카우트’ ‘목포는 항구다’,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뉴 하트’ ‘베토벤 바이러스’ 등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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