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는 마을과 마을, 인간과 자연,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통로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옛 다리들은 그 자체로 역사이지요.”
충북 청주에서 대를 이어 건축업을 하며 청주건설박물관장을 운영하고 있는 손광섭(66·광진건설 회장·사진) 씨. 그가 전국의 옛 다리를 찾아다니며 쓴 책 ‘천년 후, 다시 다리를 건너다Ⅱ’(진양문화·234쪽)를 최근 펴냈다. 2003년 7년 동안의 노력 끝에 전국의 유명 다리 27개의 역사와 의미 등을 다룬 지 5년 만의 후속편이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전국 곳곳의 다리 25곳을 직접 찾아다닌 손 씨의 노력이 배어 있다.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조선시대 왕릉인 목릉 금천교와 창경궁 옥천교에 첫발을 내디디고 경기 수원 화홍교, 강원 화암사 돌다리를 거쳐 충남 부여 궁남지에서 잠시 머무른다. 이어 경북 봉화 돌다리와 경남 남해 돌다리를 지나 전남 벌교 도마교와 제주 명월대교를 끝으로 여행을 마친다.
각 다리에 얽힌 전설과 건설 배경 등을 다양한 사진자료와 함께 재미있게 풀어썼다.
창덕궁의 진선문 앞 석교인 금천교는 가장 오래된 서울의 돌다리다. 창경궁의 옥천교와 함께 대표적인 궁궐 내의 홍교(虹橋)로 궁성 석교 양식을 알 수 있다. 금천(禁川)은 잡스러운 것들이 궁궐 안으로 기어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는 뜻이다.
남해 돌다리(경남 남해군 남면 석교리)는 400여 년 전 남면 우형에 현령이 주재할 당시 박 장군이라는 역사(力士)가 놓은 가교. 길이 3m, 넓이 80cm, 두께 30cm, 무게는 6t에 이른다. 소설 구운몽에서 성진과 8선녀의 이야기가 이 돌다리를 배경으로 펼쳐졌다.
손 씨는 “1편에 비해 규모도 작고 산과 들에 방치된 다리들이지만 예술과 해학, 사람 냄새가 있다”며 “수십 번을 찾아가도 늘 그 자리에서 반겨주고 1000년 전의 그들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유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책의 판매 수익금 전액을 충북도 인재양성기금으로 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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