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입양되기 직전의 여섯 달 된 여자아이를 돌본 것이 시작이었다.
“그 작고 예쁜 것이 엄마가 누군지도 모른 채 버림받았다는 사실에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5개월을 키운 뒤 입양을 보내 놓고 며칠을 울었어요.”
한복녀(64·사진) 씨는 35년 전의 일을 아직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한 씨가 홀트아동복지회 위탁모 봉사를 시작하며 처음으로 키웠던 그 여자아이는 프랑스로 입양됐고, 그 후 142명의 아이가 그의 품을 거쳐 갔다.
그런 한 씨가 11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홀트아동복지회 강당에서 뜻 깊은 상을 받았다. 제40회 홀트 장기근속 및 명예퇴임 위탁모 시상식에서 사상 처음으로 ‘35년 근속상’을 수상한 것이다.
위탁모는 홀트아동복지회로부터 일정한 보육비를 받고 일정 시기까지 아이의 양육을 맡아주는 일을 한다.
“처음엔 살림에 도움이 될까 해서 시작한 일인데 이렇게 오래 할 줄은 몰랐어요. 한 명 한 명 떠나보낼 때마다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또 아이가 오면 어찌나 예쁘고 좋던지.”
짧게는 2개월에서 길게는 2년까지, 한 씨는 자신의 품을 거쳐 간 아이들이 입양될 때마다 자신의 자식을 떠나보내는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
가장 기쁜 순간은 아이들이 좋은 집에 입양돼 건강하고 번듯하게 자라는 것.
한 씨는 “나이를 먹으니 힘에 부치고 해 이번 아이까지만 돌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홀트아동복지회 측은 “한 씨처럼 유능한 위탁모를 구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1년만 더 봉사하시라고 권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