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활동 - 술자리도 열심… 아나운서가 꿈”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어요. 사람들이 장애인에게 익숙해지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조금이라도 사라지지 않을까요?”
14일 서울대 경영대에서 만난 박수빈(18) 양. 불과 1년 전 욕창까지 앓으며 처절하게 입시 준비를 했던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게 할 정도로 그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지난달 한국교통장애인협회가 주관하는 장애인재활상을 받았다. 교통사고로 후천성 장애를 입었지만, 불굴의 의지로 이를 극복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박 양은 다섯 살 때 교통사고를 당해 가슴 아래 하반신이 모두 마비됐다. 휠체어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 꼬박 3년 동안 병원 신세를 진 뒤 경기 용인외국어고를 거쳐 올해 서울대 경영대에 당당히 합격했다.
그의 대학 생활은 밝고 적극적이다. 앉아서도 얼마든지 해낼 수 있는 클래식 기타 동아리 생활을 하며 2번이나 정기공연을 했다.
MT나 술자리도 피하지 않았다. 경기 성남시 분당의 집에 돌아갈 때 4시간이나 장애인 택시를 기다리기도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소중했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꾸 만나야 편견이 줄어든다는 생각에서다.
박 양의 입학 과정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사춘기에만 두 번의 대수술을 받았다. 외고 입시 준비에 전력을 다하던 중학교 3학년 때는 하반신 마비에 따른 척추측만증(허리가 휘는 병)으로 척추에 철사를 걸어 고정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어 고교 2학년 때는 책상 앞에 너무 오래 앉아 있어 엉덩이에 심한 욕창이 생겨 피부이식 수술을 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코앞에 둔 고교 3학년 때엔 욕창이 재발해 1주일간 집에서 엎드린 자세로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버텨냈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고통에 익숙해지면서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며 “비장애인 친구들 앞에서 당당함과 자신감을 잃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꿈은 아나운서가 되는 것. 사람 만나길 좋아하는 성격답게 “청취자와 깊이 있는 정서적 공감을 나눌 수 있는 라디오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고 했다. 주변에선 안정적인 전문직을 준비하라고 하지만 고교 시절 방송반 활동을 하면서 남몰래 키워 온 아나운서의 꿈을 포기하긴 힘들었다.
그는 또한 장애인을 도울 수 있는 사회복지도 공부할 계획이다.
“어린 시절 병원생활을 오래하면서 저처럼 어려운 처지에 있는 장애인들에게 보탬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나운서도 되고 장애인도 돕고, 모두 포기할 수 없는 저의 소중한 꿈입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