꿍따리유랑단, 전국 소년원-보호관찰소 돌며 공연
오른팔이 없는 무아이타이 챔피언, 안면마비 가수, 연습 중 오른손을 잃은 마술사, 앞을 못 보는 성대모사의 달인….
사회의 편견 때문에 ‘그들만의 리그’에 숨어 지내던 이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 대강당 무대에 섰다. 관객들은 서울 동·남부 보호관찰 청소년 300여 명. ‘문제아’라는 따가운 시선에 길들여진 탓인지 이들의 표정은 대체로 무뚝뚝했다.
무대에 어둠이 걷히자 뿔테 안경을 쓴 남자 한 명이 휠체어에 타고 있었다. 가수 강원래(사진) 씨.
그는 장애를 극복한 각계 ‘달인’을 수소문해 올해 6월 꿍따리유랑단을 창단했다. 이후 전국의 소년원과 보호관찰소를 돌며 10차례 공연을 해 왔고 이날이 올해 마지막 공연이다.
“꿈을 잃었다가 다시 꿈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한순간의 실수로, 어찌할 수 없는 주변 환경 탓에 잠시 꿈을 잃어버렸다면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하세요. 저희처럼요.”
공연은 강 씨가 극단을 꾸리기 위해 여러 장애인을 불러 오디션을 하는 내용으로 꾸며졌다. 안면근육마비를 딛고 장애인가요제에서 금상을 받은 심보준 씨의 열창, 한국 무아이타이 챔피언 최재식 씨의 발차기 시범, 연습 중 폭발 사고로 오른손을 잃은 조성진 씨의 현란한 마술 등이 이어졌다.
1시간 반 동안의 공연이 끝나고 장애인들이 한 명씩 무대 인사에 나서자 보호관찰 청소년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단원들을 소개한 뒤 다시 무대 중앙으로 나온 강 씨는 청소년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여러분이 ‘장애인들이 저런 공연을 다 하네’라며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앤 것처럼 ‘나는 원래 이런 놈’이라는 스스로에 대한 편견과 좌절감도 떨쳐버릴 수 있길 바랍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