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양궁 여자 대표팀 코치에 발탁된 이은경(37·사진) 코치는 가슴이 뛴다. 올림픽 양궁 메달리스트 중 최초로 여자 대표팀 지도자가 돼서다.
한국 여자 양궁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부터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까지 단체전 금메달을 휩쓴 세계 최강. 24년 동안 숱한 ‘신궁’이 쏟아졌지만 정작 대표팀 지도자가 된 경우는 그가 처음이다.
결혼과 출산 문제뿐 아니라 여성 지도자의 능력을 낮춰보는 선입견이 있었던 데다 스타 출신 궁사들이 후배 선수들을 시시콜콜하게 간섭하다 보면 눈높이가 맞지 않아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이 코치는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선수 때 1등도 했지만 꼴찌를 한 적도 있다. 경험을 살려 선수들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하겠다. 서로 마음을 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역 때 10년 동안 태극마크를 달았던 이 코치는 은퇴 후 8년 만에 다시 태릉선수촌에 들어갔다. 5세와 13개월 된 두 아들의 엄마인 그는 매일 밤늦도록 구자청 여자 대표팀 감독, 남자팀 지도자 등과 미팅을 하며 아이디어를 나누고 있다.
한국 양궁은 독주에 따른 심한 견제 속에 최근 세계선수권과 올림픽에서 연이어 개인전 금메달을 놓쳤다.
이 코치는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기록 향상에 초점을 맞추겠다. 그러다 보면 우리 선수들은 자신감이 생기고 경쟁국 선수들은 기가 꺾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