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마음껏 내 서랍을 뒤져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을 빼앗아가고 이를 자신과 주변의 건강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면 저는 아무렇지 않습니다.”
지난해 8월 KAIST에 전 재산 578억 원을 기부했던 원로 한의학자 류근철(83·사진) 박사가 KAIST에서 의료봉사로 여생을 보낸다.
KAIST는 11일 “KAIST 초빙 특훈교수인 류 박사가 지속적으로 의학·의공학을 연구하고 학생들을 진료할 수 있도록 학내에 ‘류근철 연구소 및 한의원’을 3월 개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마무리 공사 중인 이 연구소와 한의원에는 류 박사가 평생 연구개발해 국내외 특허를 얻은 ‘닥터 류 헬스 부스터’ 8대 등이 설치됐다. 전 세계에 10대뿐인 이 기기는 현재 모스크바국립공대에 우주조종사들의 목과 허리디스크 등의 치료를 위해 2대가 설치돼 있으며 나머지는 모두 KAIST로 옮겨진 상태.
류 박사는 이곳에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상근하며 하루 100명 안팎의 학생을 상대로 무료 진료를 할 계획이다.
또 진료실 입구 칠판에 하루하루의 의술을 적어놓고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의술을 소개하며 토론을 벌이는 등 모든 공간, 장비, 연구자료 등을 학생들에게 개방할 생각이다.
그는 또 평생 수집해 온 탱화, 희귀한 향로, 벼루 등 고미술품을 KAIST에 기증해 학생들의 인성교육에도 도움을 줄 계획이다.
류 박사는 1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국내 한의사 면허번호가 409번인데 생존자로서는 40, 50번째 될 것”이라며 “팔순이 넘는 나이에 학생들의 진료가 쉽지 않겠지만 미래를 책임질 과학 동량들에게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나눠주고 싶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한의학 박사 1호(1976·경희대)인 그는 경희대 한방의료원 부원장, 한국한의사협회장 등을 지냈으며 지난해 개인 기부액으로는 사상 최고인 578억 원 상당의 부동산 등을 KAIST에 기부했다.
한편 모스크바국립공대 교수이기도 한 류 박사는 ‘류근철 연구소’에 ‘우주비행사 건강관리센터’도 함께 설립해 러시아 우주비행사 5명을 초청해 재활치료를 해주기로 러시아 측과 협의를 마쳤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