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궐 같은 집이 생겨 정말 행복해요. 소원을 들어주신 대통령 할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승합차를 갖고 있어 정부의 기초생활수급자 지원 대상에서 탈락했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적은 편지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낸 인천의 김옥례(52) 씨 모녀가 새로운 보금자리에 둥지를 틀었다.
▶본보 6일자 A6면 참조
10일 오전 인천 남동구 구월2동의 한 다세대주택 1층.
환한 얼굴의 김 씨가 전날까지 살던 반지하 단칸방에서 화물차로 실어온 이삿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새하얀 벽지와 장판이 새로 깔린 이 집은 45m² 크기에 2개의 방과 거실, 화장실이 있다.
안방에 들어가 보니 낯익은 가구가 눈에 들어왔다. 철제 앵글에 매트리스를 깔아 만든 침대가 그대로 놓여 있었고, 살림살이도 종전에 쓰던 것이었지만 김 씨의 표정은 무척 행복해보였다.
김 씨는 “모든 과목에서 만점을 받을 정도로 공부를 잘하는 딸이 공부방이 생겼다며 아주 좋아한다”며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김 씨가 새집으로 이사하게 된 것은 문제의 승합차를 팔아 6일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됐기 때문.
대한주택공사 인천지역본부가 보유하고 있는 긴급 주거지원용 다세대 임대주택을 제공했다. 김 씨가 주공에 내야 할 보증금 359만 원은 주공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마련해 대신 냈다.
앞으로 2년간 김 씨는 매달 임대료 5만9000원만 내면 이 집에서 살 수 있다. 4년을 더 연장할 수도 있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매달 69만 원도 지원받는다.
오후 2시 학교 수업을 마치고 새집에 들어선 딸 김모(11) 양은 탄성을 질렀다. 특히 말끔하게 정리된 공부방에서 주공 직원들이 준비한 새 책가방과 학용품, 속옷을 건네받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김 양은 “매일 기도하며 흘리던 엄마의 눈물을 이제 보지 않아도 돼 소원을 풀게 됐다”며 “열심히 공부해서 어른이 되면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