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고차 모녀’ 새 보금자리 입주

  • 입력 2009년 2월 11일 02시 57분


주공 임대주택 제공… 보증금은 직원들 성금 모아

“대궐 같은 집이 생겨 정말 행복해요. 소원을 들어주신 대통령 할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승합차를 갖고 있어 정부의 기초생활수급자 지원 대상에서 탈락했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적은 편지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낸 인천의 김옥례(52) 씨 모녀가 새로운 보금자리에 둥지를 틀었다.

▶본보 6일자 A6면 참조

▶ 대통령에 편지 보낸 단칸방 모녀 직접 만나보니…

10일 오전 인천 남동구 구월2동의 한 다세대주택 1층.

환한 얼굴의 김 씨가 전날까지 살던 반지하 단칸방에서 화물차로 실어온 이삿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새하얀 벽지와 장판이 새로 깔린 이 집은 45m² 크기에 2개의 방과 거실, 화장실이 있다.

안방에 들어가 보니 낯익은 가구가 눈에 들어왔다. 철제 앵글에 매트리스를 깔아 만든 침대가 그대로 놓여 있었고, 살림살이도 종전에 쓰던 것이었지만 김 씨의 표정은 무척 행복해보였다.

김 씨는 “모든 과목에서 만점을 받을 정도로 공부를 잘하는 딸이 공부방이 생겼다며 아주 좋아한다”며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김 씨가 새집으로 이사하게 된 것은 문제의 승합차를 팔아 6일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됐기 때문.

대한주택공사 인천지역본부가 보유하고 있는 긴급 주거지원용 다세대 임대주택을 제공했다. 김 씨가 주공에 내야 할 보증금 359만 원은 주공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마련해 대신 냈다.

앞으로 2년간 김 씨는 매달 임대료 5만9000원만 내면 이 집에서 살 수 있다. 4년을 더 연장할 수도 있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매달 69만 원도 지원받는다.

오후 2시 학교 수업을 마치고 새집에 들어선 딸 김모(11) 양은 탄성을 질렀다. 특히 말끔하게 정리된 공부방에서 주공 직원들이 준비한 새 책가방과 학용품, 속옷을 건네받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김 양은 “매일 기도하며 흘리던 엄마의 눈물을 이제 보지 않아도 돼 소원을 풀게 됐다”며 “열심히 공부해서 어른이 되면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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