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쟁이 할머니’ 학사모 쓴다

  • 입력 2009년 2월 11일 02시 57분


20여년 홀몸노인 보살핀 서정순 씨 성신여대 명예학사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반찬을 배달하고, 옷가지를 직접 지어 전달하는 등 20여 년 동안 선행을 베풀어온 ‘욕쟁이 할머니’가 학사모를 쓴다.

성신여대(총장 심화진)는 19일 열리는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20여 년 동안 홀몸노인을 보살펴온 서정순(78·여) 씨에게 명예학사 학위를 수여한다고 10일 밝혔다.

1984년부터 식당일을 시작하며 주변의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반찬거리를 나눠주는 것으로 봉사활동에 나선 서 씨는 지금은 40여 명의 홀몸노인과 장애인들을 보살피고 있다.

서 씨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우연히 식당에 들른 손님이 자비로 연탄 1000장을 사서 후원하는 일도 있었고, 인근 군부대와 사회단체에서 서 씨의 봉사활동을 거들기도 한다.

성신여대와는 이 학교 학생과 교직원들이 2004년부터 서 씨를 도와 김장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현재 강원 양양군 강현면 낙산해수욕장 인근에서 칼국수 집을 운영하고 있는 서 씨는 손님들에게 거친 말씨로 대하는 탓에 ‘욕쟁이 할머니’라는 별명으로 유명세를 탔지만, 주변 사람들은 “말투와는 다르게 어려운 사람을 보면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 씨는 “주변에 도와줘야 할 사람들이 자꾸 보이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배운 것도 없으니 먹을 것이라도 나눠주는 걸로 도와준 것뿐인데 이렇게 대학교에서 학위까지 받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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