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교수는 19일 ‘지친 대의민주정과 불복의 구조화’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현 정권 들어 대의제 다수결에 대한 불복종이 구조화되며 우리의 대의민주정이 어느 때보다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미군정에 이어 건국 초기부터 자리 잡은 시위문화가 직접 참여 욕구를 폭발적으로 확대시키는 인터넷 광장을 만나며 본격화됐다”며 “인터넷을 선점한 소수가 집단지성이란 허구를 만들어 냈고, 이를 지성으로 착각한 사팔뜨기 지식인들이 마침내 대의민주정의 폐지까지 공공연히 외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봄 촛불시위 군중은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다수가 아니라 대선 불복세력이 그 사안을 계기로 한곳에 모여 다수를 조작한 것일 뿐”이라며 “하지만 그 불복의 대상은 이 정권이 아니라 이 나라 헌법체계의 근간인 대의민주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역사적 경험에 비춰 볼 때 불복의 구조화로 지친 민주정은 종종 비극적 결말로 끝났다”며 불복종의 구조화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민통합 회복, 불복세력의 자제, 대의민주제의 수호를 위한 정권의 결단’ 등을 제시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