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 대표지성 이문열-백낙청 씨 관훈포럼 강연

  • 입력 2009년 2월 20일 02시 56분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지성으로 꼽히는 문학평론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소설가 이문열 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가 관훈포럼에서 시국을 진단하는 강연회를 각각 가졌다. 이번 강연회는 18, 19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20층에서 열렸다. 》

“다수결에 대한 불복종 구조화

대의 민주주의 거센 도전 직면”

이문열 교수는 19일 ‘지친 대의민주정과 불복의 구조화’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현 정권 들어 대의제 다수결에 대한 불복종이 구조화되며 우리의 대의민주정이 어느 때보다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미군정에 이어 건국 초기부터 자리 잡은 시위문화가 직접 참여 욕구를 폭발적으로 확대시키는 인터넷 광장을 만나며 본격화됐다”며 “인터넷을 선점한 소수가 집단지성이란 허구를 만들어 냈고, 이를 지성으로 착각한 사팔뜨기 지식인들이 마침내 대의민주정의 폐지까지 공공연히 외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봄 촛불시위 군중은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다수가 아니라 대선 불복세력이 그 사안을 계기로 한곳에 모여 다수를 조작한 것일 뿐”이라며 “하지만 그 불복의 대상은 이 정권이 아니라 이 나라 헌법체계의 근간인 대의민주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역사적 경험에 비춰 볼 때 불복의 구조화로 지친 민주정은 종종 비극적 결말로 끝났다”며 불복종의 구조화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민통합 회복, 불복세력의 자제, 대의민주제의 수호를 위한 정권의 결단’ 등을 제시했다.

“한국은 지금 국가적 비상시국

보수-진보 협력 새 체계 구성을”

백낙청 교수는 18일 “대한민국은 단순한 경제위기를 넘어 국가적인 비상시국에 처해 있다”며 “합리적인 보수와 책임 있는 진보가 협력해 폭넓은 중도 세력을 형성하고 시민사회가 동참하는 새로운 거버넌스 체계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비상시국 타개를 위한 국민통합의 길’이란 제목의 강연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국정운영으로 정부가 국민통합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으며 본격화된 경제위기, 남북 당국 간 단절, 정부의 소통 노력 부재 등으로 2009년 최악의 위기상황을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거버넌스 개편을 통한 국민통합을 제안했다. 그는 “삼권분립과 ‘제4부’로서의 언론 기능 등 민주정치의 전통적 장치들을 활성화하고 기존의 협의심의, 합의기구를 참고로 한 새로운 기구와 관행을 창출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 6자회담을 모델로 정치권과 시민단체 지도 인사들의 만남, 초당적 추진이 필요한 남북문제 등의 과제를 위한 상설 심의·합의기구 설립을 거버넌스 개편의 한 예로 내놨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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