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재소자의 ‘10년 뒤 희망일기’

  • 입력 2009년 2월 24일 02시 58분


“출소후 무역인이 꿈” 40대 독학사 전국수석 학사모

“출소 뒤엔 세계를 누비며 한류열풍을 이끄는 무역인이 되고 싶습니다!”

징역 7년에 보호감호 7년. 14년의 수감생활이 예정된 수형자 박모 씨(40)는 23일 서울 서초구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제17회 독학사 학위수여식’에서 눈물을 글썽이는 어머니 손을 꼭 잡고 벅찬 목소리를 이어 나갔다.

청송 제3교도소에서 2001년부터 수감생활을 해온 박 씨는 ‘독학에 의한 학사학위 취득시험’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해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상을 받았다.

박 씨의 수석 합격은 예견된 것이었다. ‘하루 4시간 수면으로 최대한 공부시간을 만들자.’ ‘최신 수험 정보를 신속히 입수해 공부에 적용하자.’ 박 씨는 이 두 가지를 표어처럼 삼고 공부해 왔다.

매일 오후 5시 노역을 마친 뒤, 박 씨는 지치고 나른해진 몸을 그냥 두지 않고 책장을 넘겼다.

법무부 교정국 교육교화팀 직원들과 청송교도소 교도관들은 ‘공부 도우미’였다. 인터넷 검색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가 가장 답답했던 것이 ‘최신 시험 동향’이었다. 그는 필요한 정보를 적어두었다가 교정직원들에게 요청해 정보를 얻었다.

이런 노하우로 2006년에 경영학 독학사 학위를 받은 박 씨는 이번엔 국어국문학사를 취득하게 됐다.

박 씨는 1986년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의 사고사로 가세가 기울면서 가출을 거듭했다. 그 후 경찰서를 드나들기 시작했으며 급기야 2001년에 중형을 선고받아 2015년에나 출소하게 됐다. 그러나 박 씨는 “10여 년 뒤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희망을 만들어 왔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이유에 대해서 박 씨는 “출소해 무역을 하며, 만나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 한국문학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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