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안에 작업공간을 마련 중인 작가들이 상인들과 자주 만나 ‘막걸리 파티’도 열곤 하면서 서로 친구처럼 가까워지고 있답니다. 수십 년간 장터를 지켜온 분들의 사연도 들을 수 있고 분위기가 좋아 입주한 예술가들이 모두 만족스러워해요.”
1일 오후 2시 대구 중구의 방천시장 입구. 60년 전통의 이 시장 내 일부 점포를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으로 만드는 사업의 책임자인 장미진 대구가톨릭대 교수(58·여)는 환하게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중구는 재래시장을 활성화하고 예술가들의 창작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방천시장을 작가들의 창작실로 꾸미는 사업인 ‘방천시장 예술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곳에 둥지를 마련한 작가들은 작품 마무리 작업에 땀을 흘리고 있다. 시장 안 예술 공간은 5월 1일 문을 열 예정. 11개 팀 작가 59명이 시장 내 점포 11곳을 빌려 각 팀의 특성에 맞춰 창작의 산실로 꾸미고 있다. 중구는 이들 작가에게 창작비를 지원한다. 이곳에 입주한 작가들은 5월부터 7월까지 다양한 작품전시회를 열 계획. 전시작품을 즉석에서 팔기도 하며 틈틈이 일반인을 위한 예술 강좌도 선보인다. 중구는 당초 시장 내 빈 점포 7곳만 빌려 예술가를 입주시키고 창작비를 지원하려 했으나 작가들의 참여 열기가 뜨거워 점포 수를 늘렸다.
장 교수는 “사진, 영상, 설치, 조소, 회화, 공예, 예술캐릭터, 판화, 건축,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입주 작가들이 개성과 창의성을 발휘해 작업 중”이라며 “서로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아이디어도 교환하고 있어 창작활동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시장에 ‘예술의 옷’을 입히는 이 프로젝트는 삶의 현장과 예술의 만남을 추구하는 기획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아 장사에 도움을 주고 작가들에게는 새로운 현장 공간을 해석하는 기회를 제공해 예술의 또 다른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와 상인,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다양한 예술체험을 할 수 있는 장을 펼치는 일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죠. 건축 분야의 이정호 팀은 상인 및 이 일대 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시장의 상점과 골목 모형을 준비하고 있어요. 공예 부문의 홍정근 팀은 예술강좌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죠. 회화 부문의 정태경 팀은 상가의 간판 리모델링과 벽면에 붙일 그림 등을 준비하고 있고, 사진 부문의 김태욱 팀은 시장 주민들의 인물 사진과 시장 골목 풍경 사진 등 전시작품을 찍고 있습니다.”
그는 이 프로젝트가 전시성 행사로 흐를 가능성에 대한 우려에 “작가들이 끝까지 초심과 예술가로서의 진정성을 잃지 않으면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작가들이 시장 한복판에서의 창작 활동을 통해 예술과 삶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입주를 문의하는 지역 작가들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곳 상가번영회 관계자 등 상인과 부근 주민들의 성원이 준비 작업에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며 “이곳이 대구의 새로운 명소가 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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