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다단계-상조업 현장조사 서민들 피해안보도록 최선”

  • 입력 2009년 4월 7일 02시 54분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은 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제위기로 사회적 갈등이 커지면 시장이 위협받을 수 있는 만큼 공정위는 올해 서민과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훈구 기자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은 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제위기로 사회적 갈등이 커지면 시장이 위협받을 수 있는 만큼 공정위는 올해 서민과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훈구 기자
■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

中企와 공정한 거래하도록

대기업 구두발주-취소 제재

독과점 품목도 비상점검

시험 안보면 실력 안늘어

시장-경쟁은 피곤하지만

공정할땐 최고의 시스템

인터뷰=박원재 경제부장

“작년 말 이명박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할 때 ‘서민과 중소기업의 피해방지’를 최우선 역점과제로 보고했습니다. 대기업 정책도 물론 중요하지만 시대변화에 따라 공정위의 관심 영역도 바뀌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은 2일 서울 서초구 반포로 공정위 집무실에서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공정위가 주력할 분야를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대기업 규제만큼 많은 주목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민생의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덜어 줄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함으로써 경제위기 극복에 보탬이 되겠다는 것이다.

―서민, 중소기업 부문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공정위의 임무는 한국의 자본주의 시장을 지키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경제위기에 취약한 계층의 고충을 살피는 것도 자본주의 경제질서의 수호라는 공정위 임무와 무관하지 않다. 이런 맥락에서 서민 생활과 밀접한 교복, 참고서 부분에 대해 2월에 현장조사를 벌였고 불법 다단계와 상조업 분야도 대규모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실직자들이 다단계나 프랜차이즈(가맹점 사업)로 몰리는 만큼 이쪽에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최근 공정위의 활동영역이 부쩍 다양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지난해 화제가 됐던 프로야구 선수의 수당, 자장면 업자들의 담합 같은 사안 때문에 국민이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공정위가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소비자들이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려고 한다. 지난해부터 소비자단체와 손잡고 상품의 가격과 품질을 비교하는 한국판 ‘컨슈머 리포트’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승용차 연비, 종합비타민, 보청기, 유아용 아토피 전용 스킨케어 등에 대한 비교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국제유가가 떨어져도 주유소의 기름값은 좀처럼 내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은데….

“지난해 주유소 상표표시제(폴사인제·주유소가 특정 정유회사의 상표를 내걸고 해당사의 석유제품만 판매하는 제도)를 폐지한 뒤 상표 표시를 하지 않은 주유소가 있는 지역의 휘발유 값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이 치열해지니까 가격이 떨어진 것이다. 다른 독과점 품목에 대해서도 올해 초 시장상황점검 비상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점검하고 있다.”

―공정위가 ‘친기업적’으로 바뀌었다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업 친화적’이라는 말보다 ‘시장 친화적’이라는 표현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시장친화적인 관점에서 경제 여건에 맞지 않는 규제는 과감히 풀고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했고 사모펀드(PEF)의 의결권 제한을 완화하기로 했다. 인수합병(M&A)이 자유롭게 이뤄져야 시장이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규제도 대폭 풀 계획이다. 기업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무작정 현장조사에 들어가지 않고 가능한 한 먼저 서면조사를 할 것이다. 다만 규제를 푸는 대신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하게 제재할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공정한 거래관행을 확립하기 위한 대책이 있나.

“공정거래협약을 통해 자율적인 상생협력 문화를 만드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아무리 협약을 많이 맺어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말로만 하고 지키지 않는다면 제재를 할 생각이다. 다음 달부터는 중소기업중앙회와 ‘구두(口頭)발주 근절 캠페인’을 벌인다. 그동안 대기업이 계약서도 없이 말로만 협력업체에 제품을 주문했다가 나중에 번복하는 등 구두발주 관행에 따른 폐해가 적지 않았다.”

―납품업체에 대한 유통업체의 횡포도 문제가 되고 있는데….

“유통업체와 납품업체 간의 관계에서도 힘의 불균형이 심하다. 이와 관련해 대형 유통업체 몇 곳을 조사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유통업체 역할을 하는 인터넷 포털사이트도 비슷한 문제를 갖고 있다. 콘텐츠 제공업자에 비해 힘의 우위를 갖고 있어 불공정 행위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지난해 포털사이트의 불공정 약관에 대해 조치를 취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볼 계획이다.”

―지난해 3월 취임한 뒤 공정거래 부문을 책임지며 느낀 점이 있다면….

“시장과 경쟁은 본질적으로 피곤할 수밖에 없다. 학교 다닐 때 시험을 안 보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시험을 안 보면 현실적으로 성적이 떨어진다. 경쟁은 인간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린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가 공정한 경쟁을 감시하고 보장해야 시장이 발전할 수 있다. 최근 경제위기와 관련해 일각에서 시장과 자본주의에 대한 회의가 나오는데 위험한 발상이다. 인류가 고안한 최고의 시스템인 시장을 발전시키는 것에서 위기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정리=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백용호 위원장은

△1956년 충남 보령 출생

△중앙대 경제학과 졸업

△1985년 미국 뉴욕주립대 경제학 박사

△1996∼1998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2002∼2004년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

△2005년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 교수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 경제1분과 위원

△2008년 3월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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