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처리 편하고
가족과 삶 행복한 편
자율 야근도 많아요”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의 김지현 차장(37·여)은 봉급생활자라면 누구나 갖고 있기 마련인 고질병 ‘월요병’을 겪지 않는다. 월요일마다 회사에 안 나가고 집에서 근무하기 때문이다. 회사가 권장하는 재택근무제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월요 재택근무를 하는 김 차장의 서울 동대문구 제기1동 아파트를 찾았다. 6세 아들이 있는 그는 둘째 아이를 임신한 만삭의 몸이었다. 그는 “출산 예정일이 보름도 남지 않았다. 재택근무 덕분에 이렇게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김 차장의 ‘사무실’은 현관 옆 작은 방이었다. 노트북컴퓨터를 인터넷에 연결하면 근무 준비 끝이라고 했다. 전화도 필요 없다. 세계적 정보기술(IT) 회사답게 ‘오피스 커뮤니케이터’란 시스템을 통해 회사 상사와 화상 통화도 가능하다.
“오전 9시까지 회사에 출근하려면 늦어도 7시에는 일어나야 해요. 그런데 재택근무를 하는 날에는 8시까지 늦잠을 자도 느긋해요.”
사무실에 있을 때는 오전 11시 반만 되면 점심 먹으러 나가려고 들썩대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시간이 적지 않다. 그러나 집에 있으면 점심시간에도 일하거나 오후 8, 9시까지 ‘자율 야근’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했다. 김 차장은 “유치원생 아들이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엄마가 집에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한다”며 웃었다.
김 차장이 말한 재택근무의 장점을 요약하면 크게 3가지. 출퇴근 시간과 비용의 절약, 집중 근무를 통한 업무 생산성 향상, 일과 생활의 균형 등이다. 한국MS가 최근 관리자 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비슷하다. 71%가 재택근무가 업무 성과에 긍정적이라고 했고, 무려 96%가 일과 생활의 균형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러나 ‘직원 출석 관리의 어려움’이나 ‘회의 같은 일정 조정의 어려움’은 과제로 남아 있다고 한국MS 측은 설명했다.
요즘 산업계에서는 불황의 영향과 직원들의 창의성 개발 등을 이유로 이 같은 재택근무제나 자율출퇴근제 등의 다양한 근무 형태가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오전 6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 원하는 시간에 출근해 9시간 후에 퇴근하는 자율출근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안철수연구소, 한국P&G, 한국IBM 등도 출퇴근 시간 탄력운용제를 활용해오고 있다. 금강산 관광 중단 등의 여파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현대아산은 비용 절감 효과를 위해 총인원의 20%를 대상으로 순환 재택근무를 운용한 바 있다.
백수하 한국MS 이사는 “당초 재택근무나 자율 출퇴근제는 직원들의 ‘삶의 질’ 제고나 창조경영 차원에서 도입됐으나 최근에는 글로벌 불황 때문에 회사나 개인 모두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