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편제 못지않은 恨담겨… 30주기엔 영화로 제작”
“한성준-한영숙으로 이어지는 우리 춤의 계보에 얽힌 이야기에는 영화 ‘서편제’ 못지않은 한과 감동이 담겨 있습니다. 20주기에는 이를 무용극으로 소개하지만 30주기에는 영화로 만들어 스승께 바치고 싶습니다.”
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공연하는 무용극 ‘The Last Dancer-조선의 마지막 춤꾼’의 총감독과 안무를 맡은 정재만 숙명여대 교수(62)의 스승 사랑은 남달랐다. 그의 스승은 올해 20주기를 맞는 고 한영숙 선생(1920∼1989). 고인은 한국전통 춤을 재정립한 명고수이자 춤꾼 한성준(1874∼1942)의 손녀로 한국 전통춤의 사군자로 불리는 학무(매화) 태평무(난초) 살풀이(국화) 승무(대나무)를 계승 발전시킨 주역이다. 1969년 각각 승무와 학춤으로 2개의 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인간문화재)로 지정됐다.
정 교수는 창작무용가인 고 송범 선생(1926∼2007)의 제자였다가 한 선생의 눈에 띄어 이애주 서울대 교수와 함께 한영숙류 춤의 계승자가 됐다. 두 사람은 스승이 타계한 뒤 나란히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예능 보유자가 됐다.
“돌아가시기 전에 이런 유언을 남기셨어요. 이애주 선생은 자신의 분신으로 키우셨고 저는 할아버지의 분신으로 키우셨다고.”
이번 무용극에는 스승의 한 맺힌 사연도 함께 공개한다. 후처의 딸로 태어나 천대를 받다가 할아버지로부터 춤을 배운 한 선생이 젊은 시절 악단의 가수와 사랑에 빠져 딸을 낳았다는 사연이다. ‘동심이’라는 이름의 딸은 한 선생의 어머니가 키우다 월북하는 바람에 이승에서 다시 못 보는 생이별을 하게 된다.
“한성준 선생은 외할머니가 무당이셔서 굿판에서 북을 치다가 명고수로 먼저 이름을 알렸기에 그 춤에 전통의 한이 배었다면 한영숙 선생은 평생 하나뿐인 자식과 생이별한 아픔을 삭여야 했기에 절절한 춤이 나올 수 있었던 거죠.”
한영숙 선생의 생애와 춤을 접목하는 단 하루의 공연을 위해 정재만 교수는 제자 100여 명을 총동원했고 이생강민속악단이 반주를 맡았다. 02-516-1540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