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고추장 소스 고기구이를 세계 명품으로”

  • 입력 2009년 5월 8일 02시 56분


7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난 프랑스의 세계적 요리사 피에르 가니에르 씨는 “전통에 현대성을 불어넣는 작업이야말로 한국 음식이 세계로 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롯데호텔
7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난 프랑스의 세계적 요리사 피에르 가니에르 씨는 “전통에 현대성을 불어넣는 작업이야말로 한국 음식이 세계로 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롯데호텔
‘식탁 위의 시인’ 佛가니에르 ‘한식 세계화’ 조언

“경희궁에서 궁중음식 시연행사를 보고 한국 음식의 저력을 느꼈습니다. 프랑스엔 궁중음식(cuisine royale)이란 개념이 없습니다. 과거 전통문화를 현대에 맞게 재편한다면 한식이 세계적 음식이 될 수 있습니다.”

7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난 피에르 가니에르 씨(59)는 한국 음식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요리계의 피카소’, ‘식탁 위의 시인’으로 불리는 프랑스의 세계적 요리사로 지난해 10월 이 호텔에 자신의 레스토랑인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을 연 그는 4일 방한해 경희궁과 유명 한식당들을 둘러봤다. 10일 프랑스로 돌아갈 때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동 전통자기 상점과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도 방문할 예정이다.

황금연휴 기간인 4일 경희궁에서 한복려 궁중음식연구원장을 만나 한국 음식을 맛봤다는 가니에르 씨는 “꽃 모양으로 장식한 곶감이 인상적이었다”며 “특히 어린이들이 옛날 음식의 요리 과정을 지켜보는 모습이 희망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음식의 세계화를 추진하는 한국 정부에 대한 유감이 곧바로 이어졌다. “한국은 외국 식자재를 들여올 때 검역이 길고 까다롭기로 유명합니다. 프랑스 바닷가재가 한국 세관을 통과하는 데 8일이나 걸려 산 가재가 죽어버립니다. 그만큼 한국 요리사들이 다양한 재료로 요리할 수 없다는 뜻이죠. 개방이 없으면 세계화도 없습니다.”

그의 바람대로 한국이 외국 식자재에 좀 더 개방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어떤 한국 음식을 만들고 싶을까. “아스파라거스를 비롯한 신선한 프랑스 채소와 과일을 ‘친환경주의’ 한국식 밥상에 올리고 싶어요. 한국은 삼면이 바다라 마시는 물에서도 바다 느낌이 나요. 이 특별한 한국의 물에 꽃과 허브, 조개를 장식해 새로운 요리를 창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 음식과 어울리는 식기를 묻자 그는 “먹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그릇이면 어떤 것이든 좋다”고 했다. 그렇다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나 이명박 대통령에게 ‘피에르 가니에르’ 스타일로 한국 음식을 대접한다면. “된장과 고추장 소스를 곁들인 한국식 고기구이는 일본 스시처럼 세계적인 명품이 될 수 있는 메뉴입니다. 녹색 빛이 감도는 회색 그릇에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피망 요리를 담고요. 단순한 디자인과 튼튼한 느낌을 주는 투박한 질감의 그릇에 한과와 떡을 아이스크림과 함께 디저트로 내겠습니다.”

그는 “스시는 이제 피자보다 더 대중화에 성공했다”며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손잡고 ‘한국 식당’을 수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최근 세계적으로 젊은 요리사들이 쇼와 마케팅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상차림에는 요리한 사람과 먹는 사람의 화기애애함과 정성이 느껴집니다. 이런 음식이 가장 훌륭한 음식입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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