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쑤 성 쑤저우 출신 사격 선수 장금영(29·우리은행·사진)은 낮에는 총을 쏘고 밤에는 찌개나 국을 끓인다. 벌써 햇수로 4년째 이런 생활을 하고 있다. 때론 고단할 때도 있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태극마크의 꿈을 떠올리면 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그의 남편은 서울 영등포중 사격부 김대경 코치(36). 한중 사격 커플이다. 평소 한국 드라마를 즐겨보고 탤런트 김래원을 좋아하던 한류 팬인 그는 2004년 한중 친선사격대회에 출전하러 서울에 왔다 대회 진행요원으로 일하던 김 코치를 만나 인연을 맺었다. 김 코치는 “귀여운 외모에 착한 성격을 지녀 첫눈에 반했다”고 회상했다.
○ 한국대회 참가했다 남편 만나
장금영의 부모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외동딸과 한국인의 교제를 반대했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었다. 중국을 몇 차례 찾아 온 김 코치의 진지한 모습에 그의 부모는 마음을 열었고 2006년 결혼에 골인했다. “중국과 한국에서 두 번 결혼식을 치렀어요. 중국은 결혼식 날 하루 종일 하객 대접을 하는데 한국은 다르더군요. 서울 공기가 중국보다 훨씬 좋아요.”
결혼 후 서울 성북구 정릉에서 시어머니를 모시고 가정주부로 살던 그는 1년 후 우리은행 사격단의 제의로 다시 총을 잡았다. 공백이 있었지만 2003년 중국 대표를 했을 만큼 뛰어난 실력은 금세 되살아났다. 연내 한국 귀화가 확정되는 그의 목표는 내년 중국 광저우 아시아경기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는 것이다. 이달 중순 대표 1차 선발전을 겸한 경호처장기대회 50m 소총 3자세에서 2관왕에 오르며 첫 단추를 잘 끼웠다. 다음주에는 대표 2차 선발전 및 한화회장배 사격대회에 나선다.
○ 낮엔 총 쏘고 밤엔 찌개 끓이고
요즘 그는 버스와 전철을 세 번 갈아타면서 훈련장인 서울 태릉사격장으로 출퇴근하고 있다. 하루 6시간 넘게 총과 씨름하면서도 귀가해서는 앞치마를 두르고 가사에 매달린다. “김치찌개, 닭도리탕, 오징어볶음은 자신 있어요. 요새 남편이 학교 팀 합숙을 하고 있어 (시)어머니와 둘이서 지내는데 며느리를 참 많이 아껴주세요.” 26일 산부인과에서 결혼 3년 만에 기다리던 첫아이 임신 소식까지 들었다. 예정일은 내년 1월. “아기가 대회 스케줄을 피해 세상에 나오게 됐어요. 의사 선생님이 운동하는 데 큰 문제는 없다고 하시네요. 몸 관리 잘하고 운동도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호호∼.”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