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겨울의 어느 날. 경기 의정부시 부용산을 오르던 A 씨는 외진 계곡에서 발목을 삐었다. 걸을 수가 없었던 A 씨는 추위를 달래기 위해 낙엽을 뒤집어쓴 채 구조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갈 무렵 나타난 것은 인명구조견 ‘하나’였다. A 씨는 하나의 뒤를 따라온 119구조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119구조대원들과 7년간 국내외 각종 사고현장을 누볐던 인명구조견 ‘하나’가 은퇴한다. 중앙119구조대는 11일 오전 경기 남양주시 구조대에서 하나의 은퇴식을 연다고 10일 밝혔다.
중앙119구조대에서 은퇴한 인명구조견은 2005년 3월 셰퍼드 ‘다복’에 이어 두 번째다. 1998년생 래브라도레트리버종(種) 암컷인 하나는 2003년 삼성구조견센터에서 중앙119구조대에 무상 임대되면서 약 7년간 119구조대원들과 한 팀으로 활약해왔다. 그동안 2004년 이란 지진과 2008년 경기 이천시 냉동창고 화재 등 국내외 사고현장에 37차례 출동했고 2006년에는 경기 연천군 고대산에서 실종된 사람의 시신을 발견해 가족에게 인도하기도 했다. 2004년 인명구조견 경진대회에서는 당당히 1등을 했고 지난해에는 3위에 입선한 베테랑 인명구조견이다.
하지만 올해 사람으로 치면 환갑의 나이인 열한 살이 되면서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졌고 5월 서울대 수의과대 신체검사에서 다리에 퇴행성관절염 진단을 받아 은퇴하게 됐다. 중앙119구조대는 11일 오전 직원 등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은퇴식에서 조촐한 환송식을 마련해 줄 계획이다.
2006년부터 하나의 담당자로 호흡을 맞춰 온 이인선 소방장은 “출동할 때 90% 이상 하나와 함께 움직였는데 막상 하나가 은퇴를 한다고 하니 좋은 파트너를 잃은 것 같다”며 “딸 같던 하나와 더는 함께할 수 없는 게 너무 서운하다”고 말했다. 하나는 은퇴 후 마당이 딸린 집에 사는 한 구조대원의 가정에 분양된다.
한편 국내에서는 1998년부터 인명구조견이 배치돼 현재 중앙119구조대와 지방소방본부 등에 총 18마리가 활동하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