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검절약하면… 누구나 기부의 즐거움”

  • 입력 2009년 6월 12일 03시 03분


평생기부 재일교포 오병조 씨, 이번엔 모국에 120만원 내놔

일본 고베 시에 사는 재일교포 오병조 씨(80·사진)는 지난해 텔레비전에서 한국의 한 교회에서 노숙인들에게 무료급식을 하는 장면을 봤다. 3, 4년마다 한 번씩 한국에 오는 그는 ‘다음에 한국에 가면 기부금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달 한국을 찾은 그는 기부를 하러 무료급식소를 찾아다녔지만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하기로 하고 3일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찾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근무하는 유수경 씨(31·여)는 “처음 문을 열고 들어오셨을 때 옷차림도 남루하고 나이도 많으셔서 지원 요청을 하러 온 분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노신사는 서툰 한국어로 이 단체에 기부를 하면 어떻게 돈이 쓰이는지 물었고 설명을 들은 다음 돌아갔다. 그는 10일 다시 사무실을 찾아 “모국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써 달라”며 120만 원을 내놓았다.

일본에서 태어나서 자란 오 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 폐질환으로 학교를 그만뒀다. 잠시 친구 회사에서 회계업무를 보기도 했지만 주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마련했다. 그는 머리도 스스로 깎을 만큼 검소하지만 기부에는 거리낌이 없었다. 생활비를 아껴 한국인 목사가 운영하는 아동시설에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40세에 입학한 야간대학에 발전기금을 냈고 한국이 물난리를 겪을 때는 수재의연금을 냈다. 그는 “기부는 나를 위해서도 남을 위해서도 기쁜 일”이라며 “먹고사는 데 부담이 없는 선에서 베풀면 정신건강에도 좋다”고 말했다.

오 씨가 낸 기부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진행하는 각종 사업을 통해 아동, 노인, 장애인 등 복지시설에 전달된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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