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빌딩 설계 기술독립 서둘러야”

  • 입력 2009년 6월 15일 03시 00분


김상대 고려대 교수가 자신의 연구실에서 대만의 대표 건축물인 ‘타이베이 101’의 모형을 보여주며 초고층 빌딩 설계기술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세형 기자
김상대 고려대 교수가 자신의 연구실에서 대만의 대표 건축물인 ‘타이베이 101’의 모형을 보여주며 초고층 빌딩 설계기술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세형 기자
세계초고층학회 동양인 첫 회장 선출 김상대 교수

“단순히 초고층 빌딩이 많이 생기는 현상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우리 기술로 국제적인 수준의 초고층 빌딩을 만드는 계기로 삼을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이달 초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세계초고층학회(CTBUH) 차기 회장으로 선출된 김상대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교수(59). 그는 14일 “한국에는 구체적인 건립계획이 잡혀 있는 초고층 빌딩만도 10개가 넘어 중국 다음으로 초고층 빌딩 건설이 활발한 나라”라며 “초고층 빌딩 건립 붐을 한국 건설산업의 체질개선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특히 한국 건설사들이 초고층 빌딩 설계 부문의 경쟁력을 서둘러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을 비롯한 후발 국가들의 빠른 성장 때문에 시공 기술만으로는 한국 건설사들이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제 초고층 빌딩 설계처럼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초고층 빌딩의 설계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국내 업체들을 필수적으로 참여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국내 업체들이 세계 초고층 빌딩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경쟁하는 데 필요한 설계 실적이 아직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나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초고층 빌딩은 설계를 외국에 맡기더라도 계약할 때부터 국내 업체들의 참여나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이전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0월 회장으로 취임하면 최소한의 에너지와 물을 사용하고 이산화탄소와 폐기물 배출을 최소화하는 친환경적인 초고층 빌딩 연구를 집중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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