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자극적인 것보단 편안한 수필 같은 음악을 추구해 왔습니다. 그게 남보다 약간 뒤처졌을지언정 꾸준하게 달려올 수 있었던 ‘나무자전거’의 색깔 아닐까요.”
‘너에게 난 나에게 넌’ ‘보물’(마빡이 송) 등을 부른 2인조 그룹 ‘나무자전거’ 멤버 강인봉과 김형섭은 ‘밥’이 떠오르는 뮤지션이다. 새로운 맛을 찾다가도 결국 돌아가는 존재. 좋은 의미도 나쁜 뜻도 모두 지닌 ‘밥맛’이 풍긴다.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그들은 그런 인상이 싫지 않아 보였다.
“나무자전거가 추구하는 게 그런 거였어요. 담백하면서도 묵힌 듯 깊은 맛을 내는, 실제로도 그런 사람들이 훨씬 많잖아요? 요즘은 양 극단에서 목소리 높이는 사람들이 주목받는 세상이지만 사실은 조용한 ‘회색’이 더 많은 것처럼. 우리 음악도 그런 회색에 가깝죠.”
인기를 끌고 있는 싱글 ‘사랑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곽재용 감독의 일본영화 ‘싸이보그 그녀’의 한국 주제곡으로 사랑받지만, 2001년 ‘자전거 탄 풍경’ 시절 1집에도 실렸던 곡. 강인봉은 “지난해 나무자전거 2집에 다시 부를 때도 이런 식으로 관심 받을 줄 몰랐다”면서 “일회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활동한 시간에 대한 격려를 받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최근 나무자전거는 ‘만원 콘서트’로도 유명하다. 말 그대로 관람료를 1만 원만 받는다. 최근 서울에 이어 16일 경기 안양시 평촌, 20∼21일 대구 공연을 가질 예정. 김형섭은 “경기도 안 좋은데 부담 없이 가족이 함께 즐기는 공연을 하자는 취지”라면서 “금전적 이득은 거의 없어도 함께 나누는 행복이 커서 당분간 만원 콘서트는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