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나의 길]<69>경제개발의 길목에서

<69>두바이에 배우러 가다
세계가 주목한 사막의 인공도시
‘최고 도시’ 비결 찾아 현지 토론회
자유화-지도자의 힘 보여준 사례

약 10년 전에 중동 사막의 인공도시 두바이가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세계의 유수한 금융기관, 다국적기업들이 이곳에 모여들고 세계 각지에서 관광객이 몰려온다는 것이었다. 이를 그냥 봐 넘길 수 없어 국제비즈니스센터(IBC) 포럼은 2006년 11월 두바이에서 토론회를 갖기로 했다. 교수, 언론인, 기업인, 현지 지도자, 전직 관료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두바이의 경이적인 변신의 비밀을 찾고자 했던 것이다. 나는 네 가지 점에 감탄했다.

첫째는 지정학적 이점을 잘 활용했다는 것이다. 두바이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이라크 등이 인근에 있고 걸프 일대에서 대형 선박이 정박할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며 유럽과 아시아, 태평양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이러한 지리적 이점에 착안하여 관광과 서비스 산업의 중심지로 개발하는 전략을 추진했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물류기지를 서비스 산업 기지로 확대 발전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둘째로 나라 안에서는 관광자원이 보잘것없기 때문에 관광사업 진흥이 어렵다는 말을 듣는다. 관광자원에는 자연자원, 문화자원 그리고 인공자원이 있다. 두바이에는 자연자원이란 사막과 바다가 있을 뿐이다. 이 사막을 이용하여 차로 사막을 달리는 듄 드라이빙(Dune Driving)이라는 관광 상품을 개발했고 바다를 활용해 해상 빌라를 건설했다. 실내에 광대한 스키장을 만들었고 사막 위에 인공도시를 만들었다. 해상빌라는 1채에 250만 달러에 분양했는데 지금은 500만 달러 이상에 거래된다고 한다. 창조력만 있으면 인공적으로 얼마든지 관광자원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셋째로 두바이는 철저하게 수월성(秀越性·Excellence)을 추구했다. 세계의 기업들과 사람들이 두바이로 모여드는 이유는 자유롭고 편리한 데다 모든 것이 세계 일류라는 수월성 때문이었다. 세계에서 제일 높은 건물(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시공)을 짓고 모든 시설물은 세계 최첨단 기술로 만들어졌으며 그 운영과 서비스에 있어서도 타국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에 호텔에서 1박하는 비용이 1000달러라 하는데도 이 호텔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했다.

한국에는 아름다운 자연자원도 있고 문화자원도 있다. 거기에다 인공자원을 부가하면 한국이 관광대국이 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창조력뿐인데 창조력은 자유에서 나온다. 머지않아 중국에서 출국하는 관광객이 1억 명을 넘을 것이다. 그들에게 무엇인가 보여줄 것을 만들어 내야 하지 않는가?

끝으로 여기에도 영명한 지도자가 있었다. 이 나라 왕은 자기 나라를 먹여 살려온 석유자원이 2020년대에 고갈될 것으로 예측되자 그에 대비해 서비스산업으로 눈을 돌렸고, 그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망설이지 않고 허락했다. 1인 전제의 왕조하에서 기업에 최대한의 자유와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그것이 세계 각국의 투자를 유치하는 자력(磁力)의 역할을 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노사 분규가 없는 이유는 석유 판매와 관광사업으로 벌어들인 수입을 국민에게 나눠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녀가 결혼하면 왕이 거액의 축하금을 내린다는 말도 들었다.

두바이가 지금까지 이룬 성공이 영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리고 그들이 하는 방식이 모두 옳다는 보장도 없다. 실제 두바이는 지난해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두바이를 통해 자유화의 힘과 지도자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볼 수 있다. 두바이에 간 사람들은 우리 학생들이 이런 것을 보고 배웠으면 했다. 그래서 한국선진화포럼은 2007년 1월 80여 명의 학생을 두바이로 파견했다. 그들이 더 넓은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서다.

<남덕우 전 국무총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