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함께했던 아름다운 시간으로 남은 이들도 아름답고 행복합니다. 당신 좋아하던 구름 봉우리 산자락에서 봄 햇살처럼 편안하고 바람처럼 자유로우시길….”
17일 저녁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 직접 쓴 비문(碑文)을 읽어 내려가는 아내 양정복 씨(48)의 목소리는 떨렸다.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남편. 하루 24시간을 36시간, 48시간처럼 살던 사람. 평생지기를 옆에 두고 아내는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글을 건넸다. 20년 삶의 등불이었던 아버지를 보내는 딸과 아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양 씨의 남편 서창교 씨(50·사진)는 14일 강원 삼척시, 태백시, 영월군, 정선군 일대에서 열린 하이원 국제트라이애슬론대회에 출전했다. 태백시의 내리막 구간을 내려오다 중심을 잃고 자전거와 함께 쓰러졌다. 인근 병원에서 치료 후 서울로 이송됐지만 끝내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뇌사가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3년전 트라이애슬론 시작하며
끊은 담뱃값 모아 장학금 보내며
아이들에게 봉사하는 삶 일깨워줘
“남편의 죽음 숭고히 기억됐으면”
전주KBS에서 엔지니어로 일한 서 씨는 3년 전 트라이애슬론을 시작했다. 이후 그는 거의 모든 대회에 참가할 정도로 열성이었다. 트라이애슬론을 시작하면서 담배를 끊었고 그 담뱃값을 모아 지역 단체에 장학금을 내고 해외 난민 구호기금을 보냈다. 자식에게는 포기하지 않는 의지와 봉사하는 삶을 강조했다.
양 씨는 “남편의 죽음이 숭고하게 기억됐으면 좋겠다”며 “이번 대회도 좋은 취지를 잘 살려 좀 더 안전하고 훌륭한 대회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