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큰아들도… 선행 부전자전

  • 입력 2009년 6월 29일 02시 59분


아프리카 부룬디에 있는 한 농장에서 농민들에게 작물 재배법을 설명하고 있는 하워드 버핏 씨. 사진 출처 월스트리트저널
아프리카 부룬디에 있는 한 농장에서 농민들에게 작물 재배법을 설명하고 있는 하워드 버핏 씨. 사진 출처 월스트리트저널
“아버지 富보다는 봉사의 삶”

아프리카 빈곤퇴치 앞장

아프리카 가나의 한 마을에 평범해 보이는 50대 백인 남성 한 명이 찾아왔다. 농부들에게 씨는 어떻게 뿌리는지, 수확량은 얼마인지 꼬치꼬치 캐물었다. 노트북 컴퓨터를 열심히 두드리는 그의 오른팔엔 치타에게 물린 상처가 선명했다. 이 남성은 ‘취재’를 마친 뒤 다른 마을에 가 봐야 한다며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낡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흙먼지를 남기고 사라질 때까지 농부들은 알지 못했다. 방금 전까지 자신들이 세계 최고 부자의 맏아들과 함께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다름 아닌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아들 하워드 버핏 씨(55)였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아버지의 부(富)에 기대 편안한 삶을 누리기보다는 아프리카의 빈곤 퇴치에 앞장선 하워드 씨의 특별한 삶을 조명했다. 아버지 버핏 회장은 자녀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대신 세 자녀에게 각자의 이름을 딴 자선재단을 만들도록 하고 여기에 재산 일부를 기부했다. 하워드 씨 외에도 큰딸 수전 씨는 교육재단, 작은아들 피터 씨는 인권재단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하워드버핏재단’ 대표인 하워드 씨는 올해 병충해에 강한 고구마 품종 개발, 아프리카 농부들의 작물 판로 개척 등에 3800만 달러를 투입했다. 그는 가난한 아프리카 농부들을 위해 질병과 가뭄에 강한 품종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의 도움을 받은 사람은 150만 명이 넘는다.

그가 아프리카 빈곤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곡물저장소 제조업체에서 일하며 아프리카 출장을 다니던 2000년부터. 취미로 사진을 찍다가 가난한 농부들이 화전을 일구려 숲에 불을 내 척박해진 땅을 목격했다. 환경운동가이기도 했던 그는 “배고픔은 환경을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재배 비용이 많이 들지 않으면서 수확량을 늘릴 방법을 연구해왔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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