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망대해…침몰위기…차상근-김신호 선장 ‘바다의 의인’ 선정

  • 입력 2009년 7월 3일 03시 00분


국제해사기구 한국인 첫 수상 영예

폭풍우가 몰아치는 망망대해에서 침몰 위기에 빠진 다른 나라 선원들을 구조한 한국인 선장 2명이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가 주관하는 ‘바다의 의인(義人)’으로 선정됐다.

국토해양부는 STX 팬오션 차상근 선장과 고려해운 김신호 선장이 최근 영국 런던에서 열린 IMO 이사회에서 ‘바다의 의인’으로 선정됐다고 2일 밝혔다. 2007년 제정된 바다의 의인은 IMO가 해상인명구조와 해양오염방지를 위해 특별한 공로를 세운 사람에게 주는 상으로 올해는 모두 17명이 선정됐다.

차 선장은 올해 1월 8일 남중국해에서 심한 폭풍우를 헤치며 항해하다 다급한 구조 요청을 들었다. 주변 해상을 지나던 베트남 국적의 ‘빈 딘 리버호’가 높은 파도를 만나 침몰 중이니 즉시 구조가 필요하다는 긴급 무전이었다. 차 선장은 스스로도 대피해야 하는 급박한 처지에서 지체 없이 배를 돌렸다. 베트남 선박은 이미 선체가 많이 기울어 있었고 베트남 선원 15명은 배를 포기한 채 고무보트에 몸을 의지하고 있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차 선장은 선원들을 지휘해 구조용 사다리를 내려 고무보트에 대고 베트남 선원들을 향해 고무튜브에 줄을 매달아 던지면서 구조를 시작했다. 하지만 강풍과 높은 파도 때문에 구조가 쉽지 않았다. 결국 12시간에 걸친 긴 사투 끝에 베트남 선원 15명 전원을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차 선장은 베트남 선원들이 저체온증에 걸리지 않도록 응급조치를 한 뒤 충분한 음식과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했다. 싱가포르에 입항한 뒤에는 싱가포르 주재 베트남대사관에 직접 연락해 선원들이 안전하게 귀국할 수 있도록 도왔다. 싱가포르 항만당국은 차 선장의 이런 노력에 대해 감사편지와 감사패를 보내 사의를 표했다.

김 선장은 지난해 9월 29일 홍콩에서 컨테이너를 내리고 싱가포르로 운항하던 중 인도네시아 국적의 선박 2척이 조난위기에 빠졌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김 선장은 높은 파도에도 60km나 떨어진 사고 해역까지 배를 몰아 인도네시아 선원 4명을 구조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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