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더꿍’ ‘얼∼쑤’ 소리에 빛을 본 아이들

  • 입력 2009년 7월 8일 03시 04분


서울 강북구 수유1동 한빛맹학교에서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맹학교 학생들에게 사물놀이를 가르치고 있다. 아이들이 신나게 장구를 두드리며 웃고 있다. 전영한  기자
서울 강북구 수유1동 한빛맹학교에서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맹학교 학생들에게 사물놀이를 가르치고 있다. 아이들이 신나게 장구를 두드리며 웃고 있다. 전영한 기자
서울시 ‘동행봉사단’ 한빛맹학교 마지막 수업 현장

성균관대 경제학과 3학년 신충섭 씨(27)와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4학년 김원 씨(24)의 마지막 수업이 열렸던 4일 오전 서울 강북구 수유1동 한빛맹학교 초등부 교실. 김 씨가 “오늘은 이제까지 배워 본 것들을 정리해 보자”고 하자 아이들은 “2학기 때도 만날 수 없나요?”라고 되물었다. 신 씨와 김 씨는 3월부터 서울시 ‘동생행복도우미봉사단(동행봉사단)’의 일원으로 한빛맹학교 학생들과 국악·사물놀이 수업을 함께 해 왔다. 신 씨는 “약속은 못하지만 꼭 다시 찾아올 테니 대신 완벽히 연습해 놓아야 한다”라고 다짐을 받았다. “네”라고 활기차게 대답한 아이들은 익숙한 동작으로 북과 장구를 들고 자리를 잡았다.

○ 아쉽기만 한 마지막 수업

서울시가 3월 출범시킨 동행봉사단은 각 학교가 대학생들을 보조교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사교육비를 줄이고 교육격차를 해소시킨다는 목표 아래 출범한 동행봉사단은 대학생 6400여 명이 발대식에 참여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이 가운데 3200여 명이 서울시내 342개 학교에 배치돼 3월부터 교과목 보충수업, 예체능 교실 등을 운영해 왔다. 한빛맹학교 김대일 교사(31)는 “청각이 예민한 시각장애 학생들이 국악을 통해 감수성이 섬세해지는 등 교육적 효과가 컸다”며 “학부모들도 대학생 봉사자들에 대한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다”고 말했다.

‘마지막’이란 의미를 아는지 이날따라 아이들은 어느 때보다 열심히 수업에 임했다. “그동안 배웠던 민요들을 다 불러 보자”고 신 씨가 말하자 아이들은 너도나도 손을 들며 앞으로 나섰다. 아이들은 옛말이 많아 외워 부르기가 만만치 않은 민요를 능숙하게 소화했다. 이어진 김 씨의 수업은 사물놀이 합주. 박자도 뒤죽박죽이고 정확한 연주가 버거웠지만 아이들은 ‘덩덩더꿍덕’을 외치며 화음을 맞춰 나갔다. 반장 박지운 양(10)은 “국악과 민요 소리가 예쁘다는 것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학생들을 대표해 마지막 인사를 했다. 김 씨는 “청력과 기억력이 워낙 뛰어나 음악에 대한 이해력이 무척 빠르다”고 말했다.

○ 형·누나·동생의 아름다운 ‘동행’

서울시는 동행봉사단의 정착을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대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40시간 이상 활동하면서 학점을 인정받고 이 가운데 우수봉사자 25명은 해외봉사를 나갈 기회도 얻는다. 봉사활동 인증서는 서울시가 직접 발급해 준다.

무엇보다 대학생들은 동생들과 함께 부대끼면서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을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 씨는 “열 번 듣고 보는 것보다 한 번 경험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고시 공부만 하다 처음으로 봉사활동을 해 봤다는 신 씨 역시 “꽃은 준 사람의 손에도 향기가 남듯이 장애를 가지고도 모든 일에 열심인 아이들을 보며 나도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일선 학교는 부족한 1%를 채우고 대학생들 역시 사회에 나가기 전에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셈이다.

서울시 남승희 교육기획관은 “첫 회라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도 대학생들이 열정을 가지고 임해 줘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봉사단에 가입한 대학생들이 가급적 모두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대상 학교를 늘리고 전공, 특기와 맞는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15일부터 일선 학교로부터 봉사자 수요를 파악한 뒤 다음 달 11일부터는 대학생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9월 동행봉사단 활동을 재개한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동아일보 전영한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