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경제학과 3학년 신충섭 씨(27)와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4학년 김원 씨(24)의 마지막 수업이 열렸던 4일 오전 서울 강북구 수유1동 한빛맹학교 초등부 교실. 김 씨가 “오늘은 이제까지 배워 본 것들을 정리해 보자”고 하자 아이들은 “2학기 때도 만날 수 없나요?”라고 되물었다. 신 씨와 김 씨는 3월부터 서울시 ‘동생행복도우미봉사단(동행봉사단)’의 일원으로 한빛맹학교 학생들과 국악·사물놀이 수업을 함께 해 왔다. 신 씨는 “약속은 못하지만 꼭 다시 찾아올 테니 대신 완벽히 연습해 놓아야 한다”라고 다짐을 받았다. “네”라고 활기차게 대답한 아이들은 익숙한 동작으로 북과 장구를 들고 자리를 잡았다.
○ 아쉽기만 한 마지막 수업
서울시가 3월 출범시킨 동행봉사단은 각 학교가 대학생들을 보조교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사교육비를 줄이고 교육격차를 해소시킨다는 목표 아래 출범한 동행봉사단은 대학생 6400여 명이 발대식에 참여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이 가운데 3200여 명이 서울시내 342개 학교에 배치돼 3월부터 교과목 보충수업, 예체능 교실 등을 운영해 왔다. 한빛맹학교 김대일 교사(31)는 “청각이 예민한 시각장애 학생들이 국악을 통해 감수성이 섬세해지는 등 교육적 효과가 컸다”며 “학부모들도 대학생 봉사자들에 대한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다”고 말했다.
‘마지막’이란 의미를 아는지 이날따라 아이들은 어느 때보다 열심히 수업에 임했다. “그동안 배웠던 민요들을 다 불러 보자”고 신 씨가 말하자 아이들은 너도나도 손을 들며 앞으로 나섰다. 아이들은 옛말이 많아 외워 부르기가 만만치 않은 민요를 능숙하게 소화했다. 이어진 김 씨의 수업은 사물놀이 합주. 박자도 뒤죽박죽이고 정확한 연주가 버거웠지만 아이들은 ‘덩덩더꿍덕’을 외치며 화음을 맞춰 나갔다. 반장 박지운 양(10)은 “국악과 민요 소리가 예쁘다는 것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학생들을 대표해 마지막 인사를 했다. 김 씨는 “청력과 기억력이 워낙 뛰어나 음악에 대한 이해력이 무척 빠르다”고 말했다.
○ 형·누나·동생의 아름다운 ‘동행’
서울시는 동행봉사단의 정착을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대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40시간 이상 활동하면서 학점을 인정받고 이 가운데 우수봉사자 25명은 해외봉사를 나갈 기회도 얻는다. 봉사활동 인증서는 서울시가 직접 발급해 준다.
무엇보다 대학생들은 동생들과 함께 부대끼면서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을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 씨는 “열 번 듣고 보는 것보다 한 번 경험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고시 공부만 하다 처음으로 봉사활동을 해 봤다는 신 씨 역시 “꽃은 준 사람의 손에도 향기가 남듯이 장애를 가지고도 모든 일에 열심인 아이들을 보며 나도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일선 학교는 부족한 1%를 채우고 대학생들 역시 사회에 나가기 전에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셈이다.
서울시 남승희 교육기획관은 “첫 회라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도 대학생들이 열정을 가지고 임해 줘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봉사단에 가입한 대학생들이 가급적 모두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대상 학교를 늘리고 전공, 특기와 맞는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15일부터 일선 학교로부터 봉사자 수요를 파악한 뒤 다음 달 11일부터는 대학생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9월 동행봉사단 활동을 재개한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