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24일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제4회 동리목월 문학제’에는 ‘김범부 선생과 경주 문학’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진교훈 서울대 명예교수가 ‘범부 김정설의 생애와 사상’을, 이완재 영남대 명예교수가 ‘범부 선생과 동방사상’ 등을 발표했다. 김정설 선생(1897∼1966)은 경주 출신으로 소설가 김동리(1913∼1995)의 친형이며, 호는 범부(凡父)다.
양주동, 최남선과 함께 ‘3대 천재’로 불린 김범부 선생에 대한 연구가 지역에서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영남대에 교수와 대학원생으로 구성된 ‘범부연구회’가 결성됐고 그를 주제로 한 첫 연구서(‘범부 김정설 연구’, 370쪽)가 나왔다. 그에 대한 단편적인 논문은 그동안 가끔 발표됐지만 연구회가 결성돼 본격 활동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가 별세했을 때 그에게서 배웠던 미당 서정주 시인은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였다”라고 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부연구회는 그가 경주 최부자 가문이 설립한 계림대의 초대 학장이었다는 점 등을 확인하고 체계적인 연구에 나섰다. 계림대는 경주 최부자가 설립한 대구대와 함께 훗날 영남대의 모태가 되었다. 계림대가 인가를 받았고 그가 학장으로 임명됐다는 내용은 당시 동아일보에 유일하게 보도됐으며, 관련 기사가 4건이 있다.
일제강점기에 1년 동안 옥고를 치르기도 했던 그의 주요 사상은 ‘풍류’와 ‘동방학’이다. 그는 대표적 저술인 ‘화랑외사’를 통해 화랑의 풍류정신 속에서 한민족의 활로와 미래를 탐색했다. 그의 사위인 진교훈 교수는 “동서양의 비교철학 연구를 바탕으로 전개한 화랑정신과 풍류도를 지금 되살리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의 사상을 연구하는 후학도 생겨나고 있다.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영남대 대학원 한국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우기정 씨(63)는 그의 국민윤리학을 공부하고 있다. 또 영남대 한국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정다운 씨(36·여)는 범부 사상에 대한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 중이다. 정 씨는 “범부 선생의 삶과 사상은 체계적으로 연구할 가치가 높은데도 그동안 잊혀지다시피 했다”며 “영남지방의 대표적 지성이던 선생의 사상을 새롭게 조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범부연구회는 10월 중 전국의 범부 연구자들과 함께 그의 사상을 구체적으로 다루는 대규모 학술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그가 평생 고심한 화랑의 풍류정신을 재발견한다는 것이다. 범부연구회장인 최재목 영남대 교수(철학과)는 14일 “일제강점기에 그가 연구한 신라와 화랑은 지금의 한국사회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그의 폭넓은 사상은 ‘범부학’을 구축할 만하다”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