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경북 문경시 동로면에서 충북 단양군 단성면으로 이어지는 국도 59호선. 푸른 녹음이 한창인 단양팔경의 비경 사이사이 놓인 아스팔트길은 직선이 거의 없다. 굽은 길 위로 산악인 박영석 대장이 이끄는 ‘2009 대한민국 희망원정대(주최 LIG·서울시, 후원 동아일보·노스페이스)’ 대원 82명이 쉼 없이 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들은 18세부터 26세까지 전국 각지에서 모인 대학생들. 1, 2학년 때부터 취업 준비에 여념이 없다는 바로 그 요즘 대학생들이다.
“원래 인생에 직진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배은정 씨(25)는 17일 발에 물집이 다섯 개나 잡혀 발을 질질 끌다시피 했다. 하지만 하루 8시간을 걷는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배 씨는 2년 전 남들보다 늦게 대학에 들어가 직장 생활과 학업을 병행했다. 그리고 희망원정대에 참여하기 일주일 전 직장을 그만뒀다.
배 씨를 비롯해 5일부터 13일째 함께 걷는 이들이 원정대에 참여한 이유 중 대표적인 것은 ‘그냥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서’였다. 이들도 여느 대학생들처럼 ‘먹고살기 힘든 요즘’을 고민한다. 하지만 토익과 자격증을 위해 투자하는 것보다 대한민국 땅을 밟는 20일이 이들에겐 더욱 소중하다.
대학 졸업반으로 2학기 취업을 앞두고 있는 김경진 씨(25)는 “우리는 정말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사회는 우리를 너무 희망이 없는 세대로만 본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대학생들이 꿈도 없이 취업에만 목매는 게 아니라 어른들의 눈에 그렇게 보일 뿐이라고 했다. 96명을 선발한 이번 희망원정대에 지원한 대학생만 2000여 명.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비슷한 프로그램의 선발 경쟁률도 수십 대 1이 넘는다.
13일간 289km의 길을 밟으면서 대원수는 96명에서 82명으로 줄었다. 이들은 초등학교 수돗가에서 옷도 벗지 못한 채 찬물을 끼얹으며 샤워를 하고 좁은 텐트에서 밤을 보낸다. 이들의 바람은 일단 무사 완주다. 많은 대원들은 함께 걷던 기자에게 완주 후 본인이 펼칠 희망을 얘기했다.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은 이들에겐 큰 힘이 될 것이다. 대원들은 입을 모아 “어른들도 우리의 모습을 보고 희망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의 이름이 ‘희망원정대’인 이유다.
단양=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김유림 인턴기자 고려대 국문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