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아, 이렇게 가버리면 어떡하니.”
17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6가 국립의료원 장례식장. 오전부터 내린 비 때문인지 방 안의 공기는 무거웠다. 그런 분위기에 짓눌린 듯 사람들의 표정도 무거웠다. 손님맞이로 분주한 사람들의 움직임만 정적을 깨뜨릴 뿐이었다.
10일 히말라야 낭가파르바트(해발 8126m)에 오른 뒤 이튿날 하산 도중 추락해 숨진 산악인 고미영 씨의 분향식이 있었다. 줄곧 분향소 한쪽 방 안에 머물던 언니 미란 씨를 비롯한 가족들은 분향식이 시작되자 모습을 드러냈다. 영정을 애써 외면하던 미란 씨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오빠 석균 씨의 눈가에도 눈물이 맺혔다. 그런 가족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영정 속의 고 씨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분향소에 마련된 대형 분향문에는 ‘호탕한 너의 웃음이 그립다’, ‘보고 싶다’ 등의 글이 남겨져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무사히 등정을 마치고 돌아왔다면 축하의 말이 담겼을 100여 개의 화환에는 고인의 명복을 비는 글귀가 대신 쓰여 있었다. 산악인 박영석 씨는 화환에 ‘미영아 수고했다. 편히 쉬어라’라고 적었다. 분향소 안에서는 고 씨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대형 TV를 통해 나왔다. 고 씨가 생전에 기타를 튕기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오자 몇몇 조문객은 눈가를 훔쳤다.
일찍 분향소를 찾은 산악인 엄홍길 씨는 “너무 안타깝다. 뭐라고 위로의 말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례적으로 화환과 함께 ‘강인한 도전정신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살아있을 것’이라는 내용의 친서를 보내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대한산악연맹장으로 치러진 분향식은 21일까지 계속된다.
한편 고 씨의 시신은 17일 헬기를 이용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옮겨졌다. 시신은 현지 병원에서 부패방지 작업을 거친 뒤 20일 항공편으로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