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여성과 베트남전 참전 한국인 남성 사이에서 태어난 이른바 ‘라이따이한’들을 위한 학교를 8월 26일 호찌민에 열어 컴퓨터, 한국어, 영어를 가르칠 예정입니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이 사업을 통해 라이따이한들이 아버지의 나라를 이해하고 상처를 치유했으면 합니다.”
20일 취임 6개월을 맞은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장 김근상 주교(56·사진). 이날 서울시내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 종교의 진심 어린 선교와 자기반성을 강조했다.
그는 “일부 선교사는 현지에서 자녀를 호화 외국인 학교에 보내기도 한다. 선교활동도 포교보다는 교육사업이나 의료 봉사에 집중해야 한다”며 “라이따이한 학교 설립도 이 같은 취지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주교는 한국 교회의 공격적인 성향에 대해서도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성서의 어디에도 개척 정신이나 청교도주의를 언급하며 공격적 포교를 내세우는 대목은 없습니다. 우리 교단이 교세 확장보다는 고통스러운 자기반성을 통한 신앙적 각성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어 그는 “국민들이 우리 시대의 심각한 문제에 너무 둔감하다”며 “성공회가 앞으로 환경, 생태, 물질만능주의 등 사회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소득이 많은 유럽에서도 우리보다 작은 차를 타는데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온통 큰 차뿐이다. 우리 사회의 물욕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김 주교는 지난해 주교품을 받았으며 1월 서울교구장에 취임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