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없는 세진이 떠돌이훈련 안해도 된대요”

  • 입력 2009년 8월 1일 02시 57분


장애인 수영 유망주 김세진 군(왼쪽 사진 왼쪽)이 5월 서울의 한 호텔 수영장에서 ‘마린보이’ 박태환을 만나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앞으로 훈련을 하게 될 경기 화성시 병점동 유앤아이센터 앞에서 어머니 양정숙 씨와 포즈를 취한 그는 “박태환 형처럼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화성=양종구  기자·동아일보 자료 사진
장애인 수영 유망주 김세진 군(왼쪽 사진 왼쪽)이 5월 서울의 한 호텔 수영장에서 ‘마린보이’ 박태환을 만나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앞으로 훈련을 하게 될 경기 화성시 병점동 유앤아이센터 앞에서 어머니 양정숙 씨와 포즈를 취한 그는 “박태환 형처럼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화성=양종구 기자·동아일보 자료 사진
■ 장애인 수영 유망주 열두살 김세진군의 희망가

“맘 놓고 수영할 곳이 생긴 게 꿈만 같다. 편견으로 가득 찬 세상을 수영 하나로 헤쳐 온 보람이 있다. 장애인에 대한 따뜻한 시선도 느껴진다.”

○ 화성시 훈련장-지도자 지원 약속

‘로봇다리 수영선수’ 김세진 군(12)은 선천성 사지무형성 장애로 양발이 없고 오른손 손가락은 두 개뿐이다. 그러나 꿈을 펼칠 기회가 찾아왔다. 수영장이 없어 전국을 돌아다니던 그에게 지난달 30일 정착할 곳이 생겼다. 경기 화성시 병점동 유앤아이센터 수영장이 그곳이다. 김 군과 어머니 양정숙 씨(40)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이런 날이 올 줄은 정말 몰랐어요. 그동안 세진이가 좋아하는 수영을 시키려고 수영장 청소를 자청하는 등 온갖 어려움을 견뎌냈거든요.”

양 씨는 생후 5개월 된 김 군을 보육원에 자원봉사하러 갔다가 만났다. 두 사람이 함께한 지 어느덧 11년. 남들에게 특별대우를 바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저 아들이 남들과 똑같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기를 바랐을 뿐이다.

김 군은 5세 때 재활을 위해 수영을 배웠다. 4년 전에는 본격적으로 선수생활을 시작했고 어느새 장애인 수영의 유망주로 떠올랐다. 4월 영국에서 열린 장애인수영챔피언십 등급 S7(수영 지체장애는 S1∼S10으로 구분. S1이 가장 중증)에 참가해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를 목에 걸었다.

○ 물이 좋아 매일 3시간씩 물에서 살아

김 군은 장애인 재활전문병원 건립을 추진하는 비영리 공익단체 푸르메재단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유앤아이센터에 자리를 잡게 됐다. 3월 화성시가 푸르메재단에 병원 터를 제공하는 행사에 참석했는데 최영근 화성시장이 김 군의 사정을 듣고 흔쾌히 훈련 장소를 제공했다. 최 시장은 “지도자를 영입해 장애, 비장애 어린이들이 함께하는 유소년팀을 창단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문가들은 김 군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다. 수영하는 자세가 좋고 노력형이라 ‘장애인 수영의 박태환’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그의 주종목도 박태환과 같은 자유형 200m와 400m이다.

김 군은 하루 3시간 이상 물에서 산다. “물속이 편안하다. 힘 안 들이고 팔만 저으면 앞으로 나아간다. 너무 좋다”는 게 그가 수영에 매달리는 이유다.

○ 박태환형처럼 대선수 될래요

로마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빼놓지 않고 봤다는 그는 “태환 형이 최선을 다했는데 성적이 좋지 않아 안타깝다. 다시 일어서서 세계를 제패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 군은 “태환 형처럼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게 꿈”이라며 해맑게 웃었다. 그는 2012년 런던 장애인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화성=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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