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물개’ 조오련 씨는 1970년대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준 한국 수영의 큰 별이다. 전남 해남 출신으로 양정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고인은 고교 2학년 때인 1970년 방콕 아시아경기 자유형 400m와 1500m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당시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 수영계에 한 획을 그었다. 고인은 4년 뒤인 1974년 테헤란 아시아경기에서도 같은 종목에서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며 2연속 2관왕의 금자탑을 쌓았다. 20대 후반이었던 1978년 방콕 아시아경기 접영 200m에서 동메달을 딴 뒤 화려한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평영 100m와 200m, 배영 100m 세 종목을 뺀 모든 종목에서 한국 신기록을 50차례나 세운 고인은 한국 수영 그 자체였다.
평소 도전정신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고인은 현역에서 은퇴한 뒤에도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1980년 8월에는 본보 창간 6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대한해협을 건넜고 2년 뒤에는 도버해협 횡단에 성공했다. 광복 60주년인 2005년에는 아들 성웅, 성모 씨와 함께 울릉도를 출발해 독도까지 헤엄쳐 갔다. 50대 중반을 넘어선 지난해에는 민족 대표 33인을 기리기 위해 독도를 33바퀴 헤엄쳐 돌아 다시 한 번 국민을 뿌듯하게 했다. 차남 성모 씨는 아버지를 이어 수영 국가대표를 지냈다.
교통사고와 사업 실패로 힘든 시기를 보내던 고인은 1989년 조오련 수영교실을 열고 후진 양성에 나서며 한순간도 수영과의 끈을 놓지 않았다. 대한해협 횡단 30주년이 되는 내년 8월에 다시 대한해협을 횡단하기 위해 그동안 제주도에 캠프를 차려 놓고 준비해 왔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2001년 전처와 사별한 뒤 4월 이성란 씨와 재혼해 고향인 해남에서 지내온 고인은 국민훈장 목련장과 체육훈장 청룡장, 대한민국체육상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두 아들이 있다. 빈소는 전남 해남군 국제장례식장. 061-536-4494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