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대학로에서 모녀를 만났다. 송 씨는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고 하지만 사실은 남자 셋이 모이면 더 시끄럽다”며 “이 작품은 여성에 대한 고루한 통념을 뒤집고 유쾌한 일탈을 꿈꾸는 여자들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모녀는 2007년 창단한 극단 ‘물결’ 소속으로 지난해 연극 ‘폭풍의 언덕’으로도 한무대에서 만난 적이 있다. 하지만 모녀가 연출가와 무용수 관계로 일하는 게 쉽진 않다.
오 씨는 “엄마를 ‘연출님’이라고 불러야 하는데 웬만해선 그 말이 나오지 않고 연습실에서는 엄마 근처에도 안 간다”고 말했다. 송 씨는 “다른 건 몰라도 오전 3시 넘어 연습이 끝날 때마다 집에 함께 올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집 안에서는 옷도 서로 바꿔 입는 자매 같은 모녀지간이지만 밖에선 서로 냉정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송 씨는 “딸이 일곱 살 때부터 무용을 시작해 기본기는 꽤 있지만 콩쿠르와 같은 다양한 경험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오 씨는 지난해 대학을 졸업했으며 내년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날 예정이다. 그는 “무대에 올라도 내가 아니라 ‘시장의 딸’로 평가받기 일쑤였다”며 “그것이 상처가 됐지만 무용수로 강해질 수 있는 자극도 됐다”고 했다.
송 씨는 “가부장적이었던 남편이 세 여자(두 딸과 아내) 덕에 조금씩 여성을 이해하고 있다”며 “이 작품을 보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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