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佛여름 디나르 해변엔 백건우가 있다

  • 입력 2009년 8월 11일 03시 03분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오른쪽)가 8일 프랑스 디나르 국제클래식 음악축제에서 브르타뉴 오케스트라와 함께 피아노협주곡 ‘부활’을 연주한 뒤 지휘자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 씨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디나르=송평인 특파원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오른쪽)가 8일 프랑스 디나르 국제클래식 음악축제에서 브르타뉴 오케스트라와 함께 피아노협주곡 ‘부활’을 연주한 뒤 지휘자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 씨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디나르=송평인 특파원
국제클래식 축제 음악감독 15년째
빚더미 청산하고 정상급 축제 일궈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가 음악감독으로 있는 프랑스 디나르 국제클래식 음악축제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아 8일 막을 올렸다. 백 씨는 이날 디나르 해변 가까이에 자리 잡은 포르브르통 공원에서 폴란드 작곡자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의 지휘로 그가 작곡한 피아노협주곡 ‘부활’을 브르타뉴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해 3000여 관중으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난해한 현대음악이면서도 신(新)낭만파풍의 영화음악 같은 이 작품은 한여름 밤의 분위기와 의외로 잘 어울렸다.

백 씨의 여름 휴가지는 15년째 늘 디나르다. 백 씨는 공연 후 가진 인터뷰에서 “1994년 어느 날 아침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때문에 이 축제의 음악감독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문학청년이자 음악애호가로 디나르 축제를 만든 스테판 부테 씨가 급사했다는 소식이었다. 백 씨는 파리에 찾아온 부테 씨와 전날 밤까지 음악회 리셉션에 참가했다 헤어진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소식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전화를 건 부테 씨의 친구는 백 씨에게 디나르 축제를 대신 맡아줄 것을 부탁했다.

백 씨는 부인 윤정희 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디나르 축제에 초창기부터 초청된 인연 때문에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막상 맡고 보니 축제는 빚더미에 앉아 있었다. 백 씨는 그해 초청된 음악가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하고 무료공연을 부탁했다. 백 씨의 부탁을 거절한 사람은 없었다. 백 씨는 “처음엔 음악 조언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장소 선정부터 스폰서 구하기, 홍보 등 모든 것을 직접 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백 씨가 음악감독을 맡은 이후 디나르 축제는 발전을 거듭했다. 부인 윤 씨가 삼성문화재단으로부터 3년간 후원을 받아와 빚도 청산했다. 올해 펜데레츠키 같은 세계적 지휘자를 모셔오는 데도 삼성 프랑스현지법인이 후원했다. 백 씨가 세계 최고의 연주자들과 그의 안목으로 특별히 고른 실력 있는 연주자들을 모셔오자 그동안 축제를 거들떠보지 않던 디나르 시도 관심을 보였다. 백 씨는 “디나르 축제처럼 꼭 20년 전 취임해 퇴색하던 해변 마을을 오늘날과 같은 프랑스 최고 부호들의 휴양지로 만든 마리우스 말레 시장은 지금 디나르 축제의 전폭적인 후원자가 돼 있다”고 말했다.

디나르=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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