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누부(누나)는 한겨울에도 보일러 안 때고 살았다 아입니꺼.”
세상을 떠난 누나의 뜻에 따라 80억 원 상당의 땅을 사회에 환원한 정점갑 씨(58·부산)는 고인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정 씨는 지난달 27일 서울 강서구 방화동 개화산 내 임야 4만49m²(1만2115평)를 구민의 휴식처로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며 강서구에 이 땅을 기증했다. 공시지가로 28억 원, 공원용지로 매입할 때 지급되는 보상가로 치면 80억 원에 이르는 땅이다.
정 씨의 누나 정차점 씨(87)는 올해 1월 세상을 떠나기 전 수시로 “내가 죽거든 주민들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그 땅을 구청에 기증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정 할머니는 평생 미혼으로 살면서 적은 금액이라도 매일 은행에 저축했다. 은행에서 저축왕 표창을 주기도 했다.
동생 정 씨는 “누나는 다방을 비롯해 힘든 일을 많이 하셨고,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며 “늘그막에야 어느 정도 돈을 모았지만 겨울에도 ‘혼자 사는데 보일러 때기 아깝다’며 아낀 돈으로 땅을 샀고, 가시면서는 좋은 곳에 쓰라고 신신당부하셨다”고 말했다.
강서구는 간소하게나마 기증 기념행사를 열려고 했으나 정 씨 등 가족들이 한사코 사양해 6일 고인이 기증한 땅 앞에 ‘나눔의 숲’이라는 제목의 기념비를 세우고 기증자의 뜻을 담았다. 구는 내년 중 운동기구를 비롯한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춰 고인의 뜻대로 주민 휴식처로 꾸미고 이 일대를 ‘나눔의 숲’으로 이름 붙이기로 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