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서울 중구 남대문로 쪽방촌에 살고 있는 최인숙 씨(66·여)는 13일자로 ‘사장님’이 됐다. 중견기업인 ㈜모터치의 하청을 받아 부분 가발을 만들고 수리하는 ‘푸른 희망 서비스센터’를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연 것. 새터민 출신 여성을 공동 대표로 맞았고, 또 다른 새터민 5명을 종업원으로 고용했다.
식당 주방에서 설거지하며 쪽방촌에서 생활하는 그가 사장 직함을 갖게 된 것은 서울시가 주관하는 복지 사업인 ‘희망드림뱅크’ 덕분이다. 국민기초생활수급대상자나 소득액이 최저생계비 150% 이하인 가구를 대상으로 담보 없이 최대 2000만 원까지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최 씨는 이 제도를 통해 1500만 원을 지원받아 1000만 원은 82m²(약 25평) 규모의 공장 임대보증금으로 썼고, 500만 원으로는 가발제조에 필요한 건조기와 작업대, 조명시설을 마련했다.
식당일만 해오던 최 씨는 지난해 겨울 허리를 크게 다쳐 장시간 일할 수 없게 됐지만 젊었을 때 배운 가발제조 기술을 살려 경영자로 나서기로 하고 지원을 신청했다. 지원받은 돈 중 임대보증금 1000만 원은 연 2%의 이자만 내다 5년 뒤에 갚을 예정. 나머지 500만 원은 6개월 거치 후 5년 동안 분할 납부하면 된다.
그는 종업원 5명과 함께 월 300여 개의 가발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직원들은 월 70만 원 정도의 월급을 가져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사장 월급도 직원들과 별로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게 서울시와 함께 이 사업을 후원하는 열매나눔재단 측 설명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희망드림뱅크’ 사업의 1호점이 된 이 공장을 이날 오전 방문해 최 씨와 직원들을 격려하고 함께 가발을 만들기도 했다. 서울시는 이날 문을 연 1호점을 시작으로 올해 안에 300호점까지 개설할 계획이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