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애덤 파스칼 씨(39)는 무명 록 밴드의 보컬리스트 겸 피트니스센터의 파트타임 트레이너였다. 앤서니 랩 씨(38)는 스타벅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무명배우였다. 지금 이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바꿔놓은 뮤지컬 ‘렌트’의 마지막 공연 투어를 하고 있다. 다음 달 내한 공연은 ‘렌트’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팀 투어의 종착점이다.
14일 일본 도쿄 ‘아카사카 ACT 시어터’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7일 개막해 30일까지 이 극장에서 열리는 공연에서 일본 관객은 이 두 사람에게 유독 큰 박수를 보낸다. ‘렌트’의 영화감독 지망생 마크와 고뇌하는 록 뮤지션 로저를 여러 사람이 연기했지만 이 두 사람이야말로 마크와 로저의 대명사격이기 때문이다. 극장에 붙은 ‘렌트’ 포스터에 실린 배우도 이들 단둘뿐이다. 13일 오후 7시 공연은 1300여 석이 꽉 찼고 입석표까지 팔렸다.
‘렌트’는 집세를 내지 못해 퇴거당할 처지에 놓인 가난한 뉴욕 예술가의 삶과 사랑을 그린 뮤지컬. 로저 역의 파스칼 씨는 “초연 당시만 해도 뮤지컬 내용처럼 돈이 없어 부모님과 여자친구의 도움을 받곤 했다”면서 “극중 로저처럼 어렵게 음악을 했는데 이제는 삶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마크 역을 맡은 랩 씨도 집세를 못 내 쫓겨날 지경에 이른 적이 있었다면서 “‘렌트’는 꿈을 이뤄준 작품”이라며 웃었다.
‘렌트’는 1996년 미국 뉴욕의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성공을 거둔 뒤 브로드웨이로 진출했다. 같은 해 퓰리처상과 토니상의 베스트 뮤지컬 부문을 수상했으며 10년이 넘도록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두 주역은 이 작품의 각본과 작곡, 작사를 맡은 조너선 라슨을 잊지 않고 있었다. 라슨은 초연 바로 전날 대동맥혈전으로 숨졌다. “라슨은 뮤지컬 이야기를 끝없이 함께 나눈 친구였고 ‘핼러윈’을 비롯한 ‘렌트’ 넘버를 제 목소리에 맞춰 작곡했죠. 그가 ‘렌트’에 남긴, ‘오늘이 가장 중요한 날’이라는 메시지를 우리가 전해야 한다는 책임을 느낍니다.”(랩 씨)
한국 방문이 처음이라는 두 사람은 “미국 관객들은 열광적이고 일본 관객들은 너무 조용한데 한국에서는 어떤 반응이 나올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9월 8∼20일(월요일 공연 없음)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홀. 10만∼20만 원. 1544-1681
도쿄=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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